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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mula 1 (포뮬러원)/Formula 1 Tech. Stuff

[Formula 1] #12 - 모터스포츠 경기의 꽃, 추월(Overtake) (2)

관리자 2021. 10. 17.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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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7 - [가벼운 공학 과학 IT/Formula 1 Tech. Stuff] - [Formula 1] #11 - 모터스포츠 경기의 꽃, 추월(Overtake) (1)

 

[Formula 1] #11 - 모터스포츠 경기의 꽃, 추월(Overtake) (1)

 2018년 중국 그랑프리에서 레드불 시절 다니엘 리카르도(Daniel Ricciardo)는 어마무시한 추월쇼를 보여줬다. 경기 마지막에 5순위를 끌어 올리면서 당당히 2018년도 중국 그랑프리의 트로피를 거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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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포지셔닝 (Positioning)

 이제 움직임을 준비(Setup Moves)한 후 아웃브레이킹(Outbraking)을 통해 방어차량 근처에 바짝 붙었다. 이제는 포지셔 (Positioning)의 단계로 들어간다.


3-1. 안쪽 파고들기

 방어차량 옆에 바짝 붙은 상황에서 이제 코너에서 추월을 시도한다면 코너의 안쪽을 파고 들어야 한다.

 

 

레이싱 라인(Racing Line)


 이상적인 레이싱 라인(Racing Line)은 직선 구간의 바깥쪽에서 에이펙스(Apex)를 따라 코너의 안쪽으로 들어간 후 코너를 빠져나가면서 다시 바깥으로 나가는 아웃-인-아웃(Out-In-Out)이다. 추월하고자 하는 드라이버는 방어차량의 레이싱 라인을 방해해야 한다.

공격차량은 방어차량의 레이싱 라인을 방해할 수 있다. (출처 : YouTube Channel 'Chain Bear')


 이렇게 되면 코너에서의 우선권을 가지고 있게 되기에, 자연스레 방어차량은 어쩔 수 없이 레이싱 라인을 벗어나 자리를 내어줄 수 밖에 없다. 레이싱 라인이 깨져버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비록 코너를 훨씬 더 타이트하게 진입하지만 추월을 가능하게 해주는 라인을 내추럴 라인(Natural Line)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코너를 빠져나오는 출구에서 상대 차량보다 더 빨리 바깥을 선점할 수 있게 된다.

 

코너 다음 바로 코너가 있는 시케인(Chicane)의 경우, 안쪽을 선점하더라도 다음 코너에서 자리를 내어줄 수 있다. (출처 : YouTube Channel 'Chain Bear')


 하지만 코너 출구에서의 포지셔닝은 사실 그리 단순하지는 않다. 시케인과 같이 코너 출구 이후 바로 코너를 맞이하는 경우와 같이, 여러 코너가 연속으로 있는 경우에는 내추럴 라인을 통해 첫번째 코너에서 우위를 선점하더라도, 다음 코너에서는 상대방에게 안쪽을 내어주기 때문에 반대로 상대방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수가 있다.

같은 방향으로의 코너가 이어지면, 안쪽을 차지하더라도 자리를 다시 내어줄 수 있다. (출처 : YouTube Channel 'Chain Bear')


 이뿐만 아니라 같은 방향으로의 코너가 연속으로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만약 첫번째 코너에서 안쪽으로 들어가더라도, 상대 차량이 굉장히 안쪽을 타이트하게 만들고 난 후 넓은 라인의 이점을 이용해 충분히 가속하여 그 운동량으로 더 빠르게 움직인다면 두번째 라인에서 다시 추월을 허용하게 될 수도 있다.


3-2. 바깥쪽 파고들기

상대적으로 성능이 좋은 공격차량(노랑)이 바깥으로 방어차량(보라)을 추월하고 있다. (출처 : YouTube Channel 'Chain Bear')

 안 쪽 뿐만 아니라 바깥 쪽으로도 추월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 경우는 앞서 말한대로 코너에서는 안쪽을 차지한 드라이버가 우위에 있기 때문에 추월이 더 어렵다. 하지만 드라이버가 더 좋은 차량을 타고 있다는 자신감을 무장했다면 (18, 19년도의 메르세데스를 생각해보면 된다..) 또는 상대 차량보다 싱싱한 타이어를 끼고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물리적인 이유 말고도 상대방이 실수를 범할 때를 노릴 수도 있다. 상대방이 실수로 너무 늦게 브레이크를 밟아 휠락(Wheel Lock)에 걸린다면, 이를 기회의 발판으로 삼아 에이펙스를 향해 훅 들어가서 상대보다 빠른 가속으로 빠져나와 추월에 성공할 수도 있다.

 이런 방법도 있다. 안쪽에 있는 상대방은 압박해 오는 나를 저지하기 위해 더 타이트하게 코너에 진입하려 할 수 있다. 이 경우 나보다 브레이킹 포인트가 일찍 형성될 것이다. 공격차량이 바깥 쪽에서 안 쪽을 점점 더 강하게 압박을 하면 상대방도 나를 더 저지하려고 더 타이트하게 코너에 진입하게 될텐데, 이 경우 상대방이 충분히 브레이크를 일찍 밟지 않아 턴인 포인트를 지나칠 확률이 높아진다.

 

코너의 안 쪽은 바깥 쪽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면이 더럽다. 차들이 지나가지 않기 때문에 트랙 노면에 타이어 마블(Marble, 타이어에서 떨어져 나온 찌거기), 모래 알갱이 등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공격차량(노랑)은 아주 강하게 방어차량(보라)을 압박할 수 있다. (출처 : YouTube Channel 'Chain Bear')

 자 만약 코너 출구에서 공격차량과 방어차량 두 차량이 나란히 있다고 해보자. 나란히 있는 경우 (나란히 있다는 것 자체가 좀 애매하기는 하다. F1 규정상 바로 옆에 있지 않고 살짝 뒤쳐져 있어도 나란히 있다고 한다.) 살짝 앞에 있는 차량은 뒷 차량에게 어느 정도 공간을 남겨줘야 한다. 앞 차량이 자신이 앞에 있다고 해서 포지션 상의 우위를 마구 주장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비록 공간을 남겨줘야 하지만, 다행인 것은 차량을 아주 트랙의 끝자락 까지 밀어내 압박할 수는 있다. 허용되는 수준까지 뒤따라 붙는 차량의 레이싱 라인을 방해하면, 상대방이 제대로 가속을 못하게 되어 추월 당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3-3. 다시 안쪽 파고들기 (다음 코너 있을 때)

(출처 : YouTube Channel 'Chain Bear')

 만약 다시 내가 안 쪽에 있다고 해보자. 안 쪽을 파고든 후 다음 코너에서 방어차량이 이상적인 레이싱 라인을 못타게 하고 싶다. 그렇다면 다음 코너에서 아주 아주 안 쪽으로 압박시키면 느리게 코너를 통과하게 되어 방어차량보다 앞쪽으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코너를 차지하기 위해 너무 코너를 찹(Chop)하지는 말자. 이럴 경우 상대차량과 접촉하여 타이어가 펑쳐(puncture)될 확률이 높으니까 말이다.


★. 드라이버의 본능

 아무리 치밀한 계획으로 움직임을 준비한 후 탁월한 아웃브레이킹을 통해 포지셔닝한다고 해도, 상대방에게 내 움직임을 굳이 알리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보통 DRS 구간이 끝난 후의 브레이킹 구간(Braking Zone)에서 추월 시도를 하기 때문에, 방어차량은 보통 이 구간에서 추월차량이 자신을 추월할까봐 굉장히 경계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추월차량이 손을 내밀면서 ‘나 너 추월할게~’ 하면서 트랙에 얼굴을 들이밀 필요는 없다. 최대한 상대방 차 뒤에 바짝 붙어 슬립스트림(Slipstream)을 받을 만큼 받은 후, 브레이킹 구간에서 추월 시도를 하면 된다.

 

 하지만 이렇게 한다고 해서 추월이 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방어차량이 먼저 포지션을 잡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방어차량이 안 쪽 포지션을 차지해버리면 당장 추월차량은 바깥 쪽으로 빠지거나 방어차량보다 더 안쪽을 노려야 한다.


 브레이킹 구간에서는 안전상의 이유로 좌우로 왔다갔다하는 위빙(Weaving)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브레이킹 구간이 시작한 이후부터는 방어에 전념해야 한다.

 

다니엘 리카도는 18년 중국 그랑프리에서 그랑프리가 끝나기 직전 몇분동안 앞차를 앞지르며 자신이 차의 옆에 있는 레드불 리버리만 보게하면서 많은 드라이버들을 추월했다. 궁금하면 여기로.

 

 그러나 모든 추월이 이러한 전략과 계획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웃백의 스테이크보다 추월 기회가 더 드물다고(rare) 생각되는 경주에서는 어떻게 보면 추월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드라이버의 본능일 수도 있다.


즉흥적으로 추월하는 드라이버

 즉각적인 움직임(Spontaneous move)이라는 것이 있다. 단 방어차량에 대한 지속적인 경계를 하는 경우에만 즉각적으로 방어차량을 추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만약 방어차량에 굉장히 가까이 붙어서 상대를 지금 추월하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면!

 

 이런 경우에는 상대방이 실수를 하거나, 코너를 넓게 돌거나, 트랙션에 고군분투하거나, 백마커(Backmarker)를 피하려하거나, 타이어에 휠락(Wheel Lock)이 걸리거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언제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기회가 보이면 바로 낚아채 브레이킹 구간에 몸을 던져서 코너에서 급가속(slingshot)을 통해 잠시나마 열린 문을 파고들어야 한다.

슬링샷(Slingshot)이란?
일종의 슬립스트림으로 생각하면 된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 앞 차에 의해 만들어진 공기 구멍을 통한 이점으로 뒷차량은 공기의 저항을 덜 받아 앞차를 추월할 수 있는데, 이러한 기동을 슬링샷(Slingshot)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동작은 본질적으로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이다. 이렇게 즉석으로 판단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동작이 먹혀들지 말지 판단하는 것은 빠른 F1 차량을 타고 있는 드라이버가 아무리 최고의 드라이버라고 해도 불가능하다.

 

 실례로 18년 중국 그랑프리에서 새 타이어를 낀 막스 베르스타펜(Max Verstappen)은 6번 코너 이후에 살짝 느려진 루이스 해밀턴(Lewis Hamilton)을 추월하기 위해 7번 코너에서 슬링샷을 시도했다. 온 보드(On-Board) 캠에서 볼 수 있듯 막스는 코너를 돌면서 계속 할 수 있을지 말지 고민하다가 살짝 흔들리는 해밀턴에 움찔해 트랙의 바깥으로 벗어나게 됐다.


 이후 막스는 세바스찬 베텔(Sebatian Vettel)을 추월하려고 돌진했다. 뒤에서 기회를 노리던 막스는 베텔이 실수하기만을 기다렸고, 베텔이 실수로 브레이킹 존에서 너무 늦게 브레이크를 밟은 틈을 타서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베텔은 생각보다 브레이크를 잘 컨트롤했고, 너무 깊게 들어간 막스는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고 둘은 모두 스핀하고 말았다.

 이러한 즉각적인 움직임(Spontaneous Move)은 정말 말그대로 직감과 본능에 의해 발현되고, 이러한 직감과 본능은 결국 경험에서 우러 나온다.


마치며

 F1 게임을 하다보면 정말 어거지로 추월하곤 했는데, 이 포스팅을 정리하면서 비매너의 극치로 추월을 했던 내 자신에게 왜그랬냐고 꾸짖고 싶어졌다. 아무쪼록 모터스포츠의 꽃인 추월에 대해 정리하고 나니 경기가 더더욱 재밌어졌다. '아 저기서 브레이크를 늦게 밟는구먼', '오 저기서 안쪽으로 파고든다고?', '바깥쪽은 좀 위험한데~' 등등.

 

 이번 포스팅에서는 추월을 시도하는 공격차량을 다뤘지만, 다음 포스팅에서는 방어차량은 어떻게 디펜스 드라이빙을 하는가에 대해 정리해보려고 한다.

 

* 항상 YouTube Channel 'Chain Bear'에게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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