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베이스(Wheelbase)는 작은 변화로 차 성능과 핸들링 특성의 큰 변화를 가져다주는 디자인 요소 중 중요한 키 요소이다.
지난 몇 년 동안 팀 메르세데스 벤츠는 점점 휠베이스가 길어졌고, 팀 레드불은 휠베이스가 짧아졌는데... 휠베이스란 무엇일까? 휠베이스가 차량의 디자인과 성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휠베이스를 길게 혹은 짧게 디자인했을 때 오는 장점과 단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번 포스팅에서는 F1 차량의 휠베이스(Wheelbase)에 대해 알아보자.
휠베이스(Wheelbase)란?
휠베이스(Wheelbase)란 사전적으로 '축간거리'를 의미한다.
앞바퀴의 축과 뒷바퀴의 축 각각에 지면과 수직인 선을 그은 후, 그 사이의 길이를 측정하면 그것이 바로 휠베이스이다. 앞바퀴와 뒷바퀴가 트랙에 맞닿는 지점 사이의 거리라고 보면 된다.
그림과 같이, 휠베이스는 차량 자체의 길이를 나타내지는 않는다. 휠베이스는 차량 앞뒤 길이와는 다른 또 하나의 독자적인 측정 요소로써, 차가 길다고 해서 긴 휠베이스를 갖는다는 것은 아니다.
F1에 휠베이스 관련 규정은 없다?
F1 규정 상 '휠베이스는 최대 몇 mm 이하로 되어야 한다.'와 같은 규정은 없다.
하지만 차량의 다른 부분(파워 유닛, 연료 탱크 등)이나 기타 규정(무게 배분 규정 등)에 대한 규정에 의해 휠베이스 길이가 제한된다.
차라는 것은 하나의 패키지이다. 여러 크고 작은 부품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완성된 하나의 패키지이기 때문에, 다른 부품들에 의해 휠베이스 길이가 제한될 수 있다.
그렇다면 예시를 통해 이를 알아보자.
F1 차량 조립은 각 차량의 부품들이 각각 독자적으로 디자인되고 나중에 하나로 합쳐지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예시 1: 파워 트레인 (Power Train)
파워 트레인의 길이, CE(Combustion Engine)의 길이, 파워 유닛(Power unit) 부품, 트랜스미션(Transmission)등은 휠베이스를 길게 만들 수도 또는 짧게 만들 수도 있다.
이러한 엔진 부품들을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따라 휠베이스가 결정된다. 엔진 부품들은 무게 배분, 냉각, 출력 전달 등을 고려해서 결합되는데, 결국 이러한 요소를 고려해 엔진을 어떻게 결합시키고 조립시키느냐에 따라 휠베이스가 길어지기도 또는 짧아지기도 한다.
예시 2: 연료 탱크 (Fuel Tank)
연료 탱크의 모양과 위치에 따라 휠베이스가 달라질 수 있다.
연료 탱크의 모양이 앞뒤로 긴 형태라면 어떨까? 연료 탱크에 의해 뒷바퀴 축은 더 밀려 휠베이스가 길어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연료 탱크의 모양은 시기에 따라 많이 달랐다. 연료 재급유가 사라졌던 시절에는 연료 탱크 크기가 많이 커졌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엔진이 도입됨에 따라, 연료 탱크 사이즈가 다시 작아졌다. 2019년에는 드라이버들이 연료 관리에 좀 덜 신경 쓰고 주행하라고 최대 급유량이 증가하기도 했는데, 이는 연료 탱크 사이즈를 또다시 크게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료 탱크의 디자인은 결국 팀마다 달랐다. 만약 특정 팀이 연료 관리를 좀 신경 쓰더라도, 좀 더 타이트한 패키징을 가져가고 싶고, 좀 더 가벼운 차, 짧은 휠베이스를 원한다면 연료 탱크를 좀 더 작게 만들 수도 있다. 반대의 경우에는 더 크게 가져갈 수도 있다.
또한 연료 탱크의 높이 규정도 있다.
F1 규정상, 차량에서 지면과 평행한 종방향의 축(Longitudinal axis)보다 400mm보다 높이 연료가 위치하면 안 된다. 여기서 말하는 종방향의 축은 차량의 질량 중심을 지나는 지면과 수평되는 방향의 가상의 축이다.
이러한 규정으로 연료 탱크의 크기를 세로 방향으로 키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앞뒤 길이를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이에 따라 차량의 휠베이스 또한 달라지게 된다.
예시 3: 무게 배분 (Weight Distribution)
F1 규정 상 차량의 앞뒤 무게 배분을 맞춰야 한다.
F1 차량의 무게는 최소 746kg이어야 한다. 이때 앞 뒤로 균형이 맞아야 한다.
앞바퀴에는 무게의 45.5%(746kg 기준 339kg)를 지탱해야 하며, 뒷바퀴는 53.5%(746kg 기준 399kg)를 지탱해야 한다.
이는 이런 의미를 가진다. 만약 엔진을 차량의 앞 쪽으로 살짝 옮긴다면, 뒷바퀴에 실리는 무게는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 경우에는 무게 배분 규정이 맞지 않게 되므로, 앞바퀴를 더 앞 쪽으로 이동시켜 즉, 휠베이스를 길게 해서 무게 배분 규정을 맞출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차'라는 것은 여러 부품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패키지이다. 그렇기에 어떤 부품의 작은 변화 하나만으로도 차량 전체 디자인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완벽한 패키지를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차량의 디자이너 및 연구원들은 완벽에 가까운 차량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피땀 흘려가며 노력하고 있다.
휠베이스에 따라 변하는 차량 특성
자, 휠베이스의 길이는 결국 차량의 내부 패키지 구성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녀석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럼 구체적으로 휠베이스는 차량의 성능과 특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긴 휠베이스의 장점
휠베이스가 길면 공기역학 장치를 더 많이 놓을 수 있기 때문에 좋다. 휠베이스가 긴 차는 다운포스를 생성할 더 넓은 면적을 제공한다.
만약 앞바퀴 휠베이스가 길면 바지보드를 놓을 공간이 더 넓어진다. 이를 통해 다운포스를 증가시킬 수 있다.
또한 차 옆 사이드포드(Side pod)에 공기를 더 많이 닿게 해서 더 많은 다운 포스를 효과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다.
또한 차체 아래에 더 긴 디퓨저를 두어 그라운드 이펙트를 더 크게 할 수 있다.
이러한 공기역학적 성능의 개선은 중고속 코너에서 굉장히 좋다. 충분한 다운포스가 있기 때문에 원하는 라인을 고속으로 통과할 수 있다. 또한 긴 차는 풋프린트(Footprint)가 크기 때문에 더 안정적이다. 또한 짧은 휠베이스 차량에 비해 트랙 노면에 있는 요철들을 좀 더 안정적으로 지나갈 수 있다.
참고 | 차량의 Footprint란?
풋 프린트란 사전적으로 '무엇이 차지하는 공간'이다. 차량을 위에서 내려봤을 때, 휠베이스가 클수록 네 바퀴가 형성하는 직사각형의 면적이 커지므로 차량의 풋 프린트가 커진다.
긴 휠베이스의 단점
휠베이스가 긴 경우 코너를 날렵하게 통과하지 못한다. 이는 저속 코너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짧은 휠베이스 차량은 날렵하고, 느리고 타이트 한 코너를 잘 돌아나갈 수 있다.
이는 넓은 소파를 들고 코너를 통과하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한 칸짜리 소파는 직각 코너를 통과할 때 여러 라인으로 자유자재로 통과할 수 있지만 세 칸짜리 소파는 라인이 제한적이다.
참고 | 버스의 휠베이스
버스는 차체는 길지만 실제 휠베이스는 짧은 특이한 구조다. 심지어 앞바퀴가 운전자보다 뒤에 있다. 이는 코너를 돌기전에 코너를 사람이 한참 지난 후 차량을 돌린다. 묘하다..
휠베이스는 관성 모멘트를 고려하라
휠베이스를 길게 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관성 모멘트(moment of inertia)이다. 관성 모멘트란 어떤 물체가 계속 회전하려는 성질을 말한다. 휠베이스가 길수록 회전을 시작하기 어렵고, 회전을 멈추기 어렵다. 이는 코너에 진입할 때에 언더스티어가 잘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하고, 잘 미끄러지며, 휠베이스가 짧은 차량에 비해 차량을 일직선으로 만들기가 다소 어렵다는 점이 있다.
참고 | 루이스 해밀턴, 휠베이스 길어서 드라이빙이 어렵다?
해밀턴은 ‘Positive Front End 차량’을 선호한다. ‘Positive Front End’라 함은 스티어링에 따라 차량 앞쪽이 원하는 대로 잘 움직이는 차량을 말한다. 조향할 때 앞쪽이 좀 더 빠릿한 차량을 의미한다.
하지만 메르세데스 차량은 휠베이스가 길기 때문에 언더스티어가 발생하고, 이는 해밀턴이 말하는 앞쪽이 자신이 의도한 대로 움직이지 않음을 의미한다. 다행히 각종 여러 부분을 개선해서 이러한 현상을 개선했다고 한다.
마치며
2022년에는 차량 디자인 규정상 휠베이스가 3600mm로 줄어든다. 2020 시즌 현재 메르세데스는 3698mm, 레드불은 3619mm임을 감안하면 이들은 꽤나 많은 길이를 줄여야 한다. 아무래도 2022년도에는 섀시 자체가 크게 바뀌어 여러모로 기대가 많이 된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타이어의 토(Toe)와 캠버(Camber)에 대해 다뤄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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