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의 피트스탑(pit-stop)은 거의 2초 내외로 끝난다. F1 경기 중에 빼놓을 수 없는 진귀한 장면이 바로 피트스탑이다.
F1의 피트스탑은 여타 다른 모터 스포츠보다 많은 피트스탑 크루를 가진다. 이렇게 약 20명 정도 되는 피트 크루원들은 정말 한 몸처럼 움직인다. 그러나 굉장히 세밀하게 조직되고 계획되는 이 피트스탑은 조그마한 실수로도 큰 재앙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F1의 피트스탑 크루원들은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는지, 피트스탑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다루어보고자 한다.
[목차]
- F1 피트스탑 크루 구성
- F1 피트스탑 과정
#1. 마크에 정지! : Hit the mark
#2. 차를 들어올리자 : Raise the car
#3. 바퀴를 빼내자 : Loosen the wheel
#4. 차량을 다시 지면으로 : Drop the car
#5. 이제 다시 트랙으로 : Signal the car to go
- 피트스탑 실수
F1 피트스탑 크루 구성
타이어 피트스탑 크루원 : Tyre-in, Tyre-out, Tyre Gunner
F1 머신 각 바퀴에 피트 크루원 3명이 붙는다. 바퀴는 4개이니 총 12명의 타이어 피트 크루원이 있다.
타이어 피트 크루 멤버는 헌 타이어를 빼내는 크루원인 Tyre-out 크루원, 새 타이어를 끼워 넣는 Tyre-out 크루원, Pneumatic Gun(퓨매틱 건)을 사용해 너트를 풀고 조이는 Tyre Gunner으로 구성된다.
잭맨(Jackman)
차량 앞 뒤에 각각 잭(Jack)을 이용해서 차량을 들어올리는 2명의 잭맨이 있다. 차량의 앞을 들어올리는 프론트 잭맨(Front Jackman)과 뒤를 들어올리는 리어 잭맨(Rear Jackman)이 있다.
스태빌라이저(Stabiliser)
차량 양쪽에는 차량이 들어올려질때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도록 잡아주는 2명의 스태빌라이저가 있다.
프론트윙 어드저스터(Front wing Adjuster)
잠재적으로 프론트 윙을 교체하는 것에 대비해 2명의 프론트윙 어드저스터가 있다.
이외
피트 레인(Pit lane)의 상황을 주시하도록 1명 또는 2명의 피트 크루원이 있다. 또한 화재에 대비해 소화기를 사용할 준비를 하고 있는 크루원 1명이 있다.
이렇게 하면 F1 피트스탑 크루원은 총 20명 또는 21명으로 구성된다.
F1 피트스탑 과정
자 그럼 이제 피트스탑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단계 별로 알아보자.
1. 마크에 정지! : Hit the mark
모든 피트 크루원들은 차량이 도착할 위치에 맞게 정확한 위치에서 대기한다. 만약 차가 목표 지점보다 좀 더 앞으로 나아가면, 피트 크루는 살짝 자신의 위치와 각도 등을 바꿔줘야 한다.
이때 포지션을 바꾸는 데에 드는 시간으로 인해 피트스탑 시간이 큰 차이는 안 날 수 있지만, F1에서는 1/10에서 심하면 1/1000초 차이가 엄청나게 큰 결과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에, 드라이버가 정확한 위치에 차량을 멈춰 세우는 것은 중요하다.
실제로 피트스탑은 2초 내외로 걸리는데, 만약 0.5초 딜레이가 된다면 이는 기존 피트스탑 시간이 2초라는 가정하에 25%나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말과 같다. 굉장히 중요하다.
피트에 차는 약 60km/h 정도로 진입한다. 종종 앞 타이어에 위치한 미케닉들은 팔에 마커를 부착하기도 하는데, 이는 드라이버들이 타이어를 일자로 정렬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2. 차를 들어올리자 : Raise the car
차가 완전히 정차하기 이전에 잭맨들은 잭(Jack)이라는 기구를 차 밑으로 잽싸게 집어넣는다. 이렇게 되면 차량 하부는 잭의 베이스에 있는 리프팅 패드(Lifting Pad)에 안착하게 된다.
잭은 전자장치가 아니기 때문에 잭맨은 물리적인 힘을 써서 잭을 동작시켜야 한다. 이때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 차량은 들어올려진다.
뒷바퀴 쪽의 잭은 Straightforward 즉, 잭을 앞뒤 방향으로만 차량 하부에 진입시키고 다시 빼낼 수 있다.
반면 앞바퀴 쪽 잭의 경우 Swivel-jack 디자인으로, 잭을 옆으로 빼낼 수 있다. 차량이 출발하기 전 자리를 움직여 잽싸게 옆으로 이동한 후, 타이어 교체가 끝나면 바로 잭을 내릴 수 있다.
이때 2명의 스태빌라이저 피트크루원은 차량의 양 옆을 잡아준다. 모든 타이어 교체 크루들이 완벽히 동시에 교체하지는 못한다. 이때 차량에 가해지는 비대칭적인 힘이 차량을 불안정하게 만드는데, 스태빌라이저가 차량을 잡아줌으로써 비대칭적 힘이 가해져도 차량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3. 바퀴를 빼내자 : Loosen the wheel
잠깐 2단계 <차를 들어올리자>로 돌아가면, 사실 잭맨(Jackman)이 차량을 들기 전에, 타이어 거너(Tyre Gunner)는 차량의 휠의 너트를 푼다. (엄청 바쁜 사람들이다.)
휠건(Wheel gun)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퓨매틱(Pneumatic)이라고 했다. Pneumatic은 사전적으로 '압축 공기의'라는 의미를 가진다. 퓨매틱 건은 고압의 공기에 의해 동작하는 건이다. 휠건은 빠르고 강력한 토크의 펄스(pulse)를 날려서, 강하게 조여져 있는 너트를 풀고, 강하게 조여준다. (토크는 회전력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토크가 궁금하다면 여기!)
사실 피트스탑 시간이 굉장히 빠른 이유는 휠 너트를 풀고 조이는 것을 '빠르게'했기 때문이다. 다른 모터스포츠 대비 휠 너트를 풀고 조이는 시간을 드라마틱하게 단축시켰다.
단순히 빨리 제거하는 것만으로 단축되지 않았다. 동시에 '안전하게'했다. 빨라도 안전하지 않으면 안전 규정이 많이 생겨버려 지금처럼 빠르게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휠 너트를 푸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왜냐하면 차량 바퀴는 굉장히 무겁고, 만약 그 바퀴가 빠져 피트레인에 나뒹굴어 다니기라도 하면 정말 큰일이다.
왜 빠르고 왜 안전한가?
#1. 짧은 너트 회전 거리
휠 너트는 홈이 3바퀴 정도 파여있다. 휠 너트 안쪽에 나선형 모양이 3바퀴 정도 있다는 말인데, 결국 3바퀴만 돌려도 다 조여지게 되고 풀려 빠르다.
#2. 바퀴와 너트는 한 몸
너트는 차량의 바퀴와 분리되어있는 부품이 아니다. 바퀴에서 떨어져 나올 수 없는 구조다. 너트를 풀면 휠 안쪽에 살짝 걸리게 되는 구조인데, 이렇게 되면 풀기 좀 더 쉽고 빠르다. 단점으로는 만약 휠 너트가 망가져버리면 타이어 전체를 교체해야 된다는 것이 있다.
#3. 점점 얇아지는 바퀴 축(Wheel Axle)
바퀴 축이 점점 얇아지는 구조로 되어있어, 타이어가 쉽고 빠르게 미끄러진다.
#4. 바퀴 축 끝 스프링 핀
바퀴 축 끝에는 스프링 핀이 있다. 이 녀석들은 휠이 빠질 때에는 움츠러들어가고, 휠이 껴질 때는 튀어나온다.
이렇게 한다고 100% 완벽히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다. 왜냐면 휠 자체가 무겁기 때문인데, 이 핀들은 강한 힘을 받으면 쉽게 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녀석들은 안전을 위한 최소의 장치라고 보면 된다. 실수로 조여지지 않은 상태에서 차량이 움직였을 때 최소한 바퀴가 튀어나오기 전에 드라이버가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휠이 교체되는 과정은 '타이어 거너가 너트를 풀고 - 타이어 아웃 크루원은 헌 타이어를 빼내고 - 타이어-인 크루원은 새 타이어를 끼고 - 타이어 거너가 다시 너트를 조이는' 순서로 진행된다.
4. 차량을 다시 지면으로 : Drop the car
이제 차량 바퀴가 바퀴 축에 정상적으로 껴지자마자, 잭맨은 차량을 바닥에 떨군다.
프론트 잭과 리어 잭은 퀵 릴리즈 핸들이 있다. 미케닉들이 리프팅 패드를 바닥으로 내려주는 핸들이다.
잭 구조를 보면 리프트 패드는 스프링으로 되어 있어, 미캐닉들이 잭을 이용해 리프팅 패드를 들어 올리면, 리프팅 패드는 스프링이 압축이 되어 있는 채로 L자 모양을 유지한다. 이후 타이어 교체가 끝나면 그냥 스프링을 놓아주면 자연스레 바닥으로 리프팅 패드가 내려온다. 잭을 내릴 때에는 잭을 들어올릴 때처럼 굳이 힘을 가할 필요는 없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말한 대로 프론트 잭은 스위블 잭(Swivel Jack)으로 되어있다. 스위블(swivel)은 사전적으로 '회전하다'라는 의미이다. 프론트 잭맨은 차체를 들어올리고 잭을 회전시켜 옆으로 미리 빠져있을 수 있다. 이후 교체가 끝나면 대각선으로 잭을 빼낼 수 있다. 이는 시간 단축에 큰 영향을 미친다.
5. 이제 다시 트랙으로 : Signal the car to go
예전에는 롤리팝 맨(Lollipop Man)이 롤리팝(Lollipop)을 들어올리면 드라이버는 가라는 신호로 알았다.
하지만 요새는 신호등 시스템을 사용한다. 드라이버는 이제 초록 불빛만 보면 출발할 수 있다.
그럼 언제 초록 불이 들어올까? 이것과 관련된 규정은 회색지대를 포함하기에 팀마다 다르지만 대략적으로는 이렇다.
타이어 거너들은 바퀴에 너트가 결합이 되면 결합이 완료됐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버튼을 누른다. 바퀴가 4개이므로 총 4개의 휠건 버튼이 있다. 그러고 잭맨이 차량을 내렸을 때 내렸다는 버튼을 누른다. 잭은 앞뒤로 2개가 있으므로 총 2개의 잭 버튼이 있다. 총 6개의 버튼이 눌리고나면 초록불이 들어온다.
여기서 끝은 아니다. 이제 정찰자(spotter)가 2명이 있다. 1명은 피트레인을 보는 사람이다. 만약 차량이 뒤에서 오거나 피트에서 차량이 나오는 상황이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람은 상황을 보고, 위험한 상황인 경우 버튼을 눌러 신호등을 빨간 불로 바꿀 수 있다.
나머지 1명은 피트스탑 자체를 보는 사람이다. 만약 불이 났거나, 앞에 미케닉이 있다거나, 차체가 바닥에 있거나 사라졌다거나 덜 완료됐거나 하는 위험한 상황에 버튼을 누르면 빨간 불로 바뀐다.
피트스탑 실수
종종 보면 피트 크루들이 실수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미쳐 바퀴를 준비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바퀴를 준비하는 경우도 있고, 차량 바퀴가 잘 결합되지 않은 채로 피트를 빠져나가고 리타이어(Retire)하기도 한다. 왜 그럴까?
일단 피트스탑 자체는 굉장히 압박적인 상황에서 발생한다. 휠건 버튼은 눌리기 너무 쉽게 되어있다. 특히 타이어를 끼고 빼는 데 장비를 만지고 있을 때 쉽게 눌릴 수 있다.
또한 정찰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람은 20명이 넘는 사람의 행동을 일일이 하나하나 다 볼 수 없다. 상황을 간파했다 하더라도 이미 버튼은 눌렸고 차는 가속해서 이미 반쯤 넘게 피트를 빠져나가 있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해결책은 다양할 수 있다. 다시 롤리팝맨 시스템을 복구하거나, 휠건의 버튼에 캡을 씌우거나, 의무 피트스탑을 4-5초로 하거나 등등이 있을 수 있다.
마치며
F1의 피트스탑은 관점에 따라 쉬워 보이는데? 할 수도 있지만 깊게 살펴보면 총 20명이 한 몸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피트크루원들이 따로 피트스탑 연습하는 장면을 보면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1/10초 1/100초를 드라이버가 아낄 수 있게끔 해주는 것 같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세이프티카 상황에서 피트스탑하는 것의 이득>에 대해 다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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