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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mula 1 (포뮬러원)/Formula 1 Tech. Stuff

[Formula 1] #27 - Virtual Safety Car(VSC, 버츄얼 세이프티카)에 대해

관리자 2022. 5. 2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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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rtual Safety Car Sign


 F1 경기를 시청하다보면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세이프티 카(Safety Car)가 등장해 차량의 속도를 늦춰 트랙을 안전하게 만들어준다. 때로는 큰 사고가 나 경기를 지속할 수 없을 때는 레드 플래그(Red Flag)가 발동되기도 한다.


 하지만 애매하면서(?) 경미한 사고가 발생하는 때에는 종종 버추얼 세이프티 카(Vritual Safety Car) 상황이 발동된다. 눈 씻고 찾아봐도 트랙에 세이프티 카는 없고, 차량들도 그냥 알아서 잘 달리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느리게 달리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기존 세이프티 카 상황과는 뭔가 많이 다르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버추얼 세이프티 카가 무엇인지 그리고 버추얼 세이프티 카와 관련된 규정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렜쯔으고.


버츄얼 세이프티 카(Virtual Safety Car)란?

 버츄얼 세이프티 카(Virtual Safety Car, 이하 VSC)는 트랙에 사고가 발생했을 때 레이스 디렉터에 의해 그 상황이 발동된다. VSC는 경기를 잠시 중립시키는(neutralize) 가장 신속하고 유연한 수단 중 하나다.


 VSC가 발동되는 순간 모든 차량은 반드시 즉각적으로 지정된 속도로 속도를 낮춰야 한다. 이러한 VSC는 일반 세이프티카와 옐로우 플래그 (Yellow Flag)보다 장점이 있다.


VSC의 장점 #1 : 즉각성

사고 발생 시 Button 하나로 VSC가 발동된다.

 먼저 가상의 세이프티 카 상황이다보니 VSC는 꽤나 즉각적으로 발동될 수 있고, 이를 통해 VSC 발동 버튼을 누르는 것 하나만으로도 트랙 위에 있는 F1 차량들의 속도를 통제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트랙 전체가 재빠르게 안전해질 수 있다.

 

VSC의 장점 #2 : 차간 Gap 유지

경기 중 차량 간의 갭 (또는 인터벌). VSC가 발동하면 이러한 갭이 어느 정도 유지된다.

 VSC는 차량들을 한 곳으로 몰리지 않게 하고, 차량들 사이의 갭(Gap)을 어느 정도 유지시켜준다.

 때때로 차량을 잠시 한 데 모을 필요가 있는 경우가 있다. 사고를 수습하고 트랙을 치우기 위해 트랙에 마샬(marshall)들이 나와있는 경우와 같은 때에는 차량을 한 데 모아줘야 한다. 이렇게 차량을 모으면 사고가 발생한 트랙의 특정 구간에서 마샬들이 사고현장을 치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세이프티 카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정도로 사고에 의해 트랙 상황이 심각하지 않은 경우에는 차량을 굳이 한 곳으로 모을 필요는 없다. 이러한 경우 VSC를 발동시키게 되는데, VSC의 특성 상 차량이 한 데 모이지 않고, 이는 곧 차량 사이의 갭(gap)이 유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갭이 유지되면 경기의 연속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고 할 수 있다. VSC 상황에서는 잘만하면 세이프티 카 때문에 기껏 벌려 놓은 뒷차와의 간격이 좁혀지지 않기 때문에, 드라이버들의 억울함(?)을 좀 덜어줄 수 있다.

세이프티 카(SC)가 나오면 드라이버들이 기껏 벌려 놓은 갭이 다 초기화되어 버린다. 하지만 VSC 상황에서는 갭이 어느 정도 유지되므로 세이프티 카 상황보다는 손해가 덜 하다. 꽤나 합리적인 규정 같다.

 

VSC의 장점 #3 : 유연성

 VSC는 필요한 만큼만 적당하게 발동시켜놓고 언제든지 VSC 상황을 종료시킬 수 있다. 일반적인 풀 세이프티 카(Full Safety Car)상황에서처럼 SC 상황 해제를 위해 세이프티 카가 들어갈 때까지 랩을 굳이 다 돌 필요도 없고, 백마커들이 언랩(unlap)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


VSC의 작동 원리

Good Pace Lap Time

 그럼 실제로 어떻게 VSC가 동작할까?

 VSC의 작동 원리를 알아보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 트랙을 놓고 한번 보자.

Good Pace의 Lap Time을 1분 28초라고 가정한다. (출처 : Youtube Channel ChainBear)


 호주에 위치한 알버트 파크 트랙은 5.3km의 트랙이며, Good Pace를 가정했을 시 한 랩 당 1분 28초 정도 소요된다. 자 이제 아주 Good Pace로 트랙을 달린다면 이론상 1분 28초가 걸린다.

Good Pace 1 Lap Time
= 1분 28초
참고 | FIA는 이러한 방법으로 일반적인 레이싱 컨디션에서의 레이스를 대략적으로 머리 속에 그림을 그려 놓고 규정들을 정한다.

VSC Lap Time

 일단 VSC가 발동되는 순간, 트랙에 본인이 어디에 있든 간에 VSC Lap TIme이라는 것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VSC Lap Time이란, FIA가 일반적인 Good Page 상황에서의 레이싱을 예상하여 한 랩 당 1분 28초라는 Good Pace 1 Lap Time을 산정한 것과 동일하게, VSC 상황에서의 Lap Time을 어느 정도 생각해둔다. 이렇게 FIA가 VSC 상황일 때를 가정하고 예상한 Lap Time을 VSC Lap Time이라고 한다.

VSC 상황에서의 Lap Time인 VSC Lap Time은 Good Pace Lap Time보다 30% 느리다. (출처 : Youtube Channel ChainBear)


 VSC 상황에서의 랩 타임은 일반적인 상황보다 약 30% 느리다고 가정한다. 직관적으로 만약 피트 스트레이트(Pit Straight)를 주파하는 데 10초가 걸렸다면, VSC 상황에서는 13초가 걸리는 것을 가정하는 것이고, 첫번째 코너를 돌아 나가는 데에 3초가 걸렸다면, VSC 상황에서는 3.9초가 걸리는 것을 가정한다.

 그냥 간단하게 차가 트랙을 한 바퀴 도는 영상의 재생 속도를 30% 느리게 했다고 생각하면 쉽다.


VSC Lap Time 맞추기는 어렵다.

VSC 상황에서의 대시보드 화면. 위 사진은 심레이싱 대시보드 화면이라 실 차량과 다를 수는 있으나, VSC 상황에서 위와 같이 50m마다 델타를 알려준다. (출처 : google.com)

 VSC 상황에서는 50m마다 위와 같은 VSC Lap Time과의 차이(델타, Δ)를 비교한다. 드라이버들은 이러한 VSC Lap Time에 최대한 근접하게 하려고 노력하겠으나, 그들도 사람이고 시스템적으로 치밀하게 관리가 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이 규정을 맞추기 위해 마치 피트 레인의 피트 리미터(Pit Limiter)처럼 차량의 출력을 제한한다거나 하는 시스템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50미터 구간에서는 VSC Lap Time보다 빠를 수도, 특정 50m 구간에서는 느릴 수도 있다.

 시스템으로 제한하지 않고 그저 규정으로만 기재되어 있는 이 규칙을 못 맞췄다고 해서 50m마다 매번 페널티를 주는 것도 웃기다. 왜냐하면 실제 풀 세이프티 카(Full Safety Car)상황처럼 세이프티 카 차량이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가상의 세이프티 카'이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상황과 타이밍에 따라 VSC Lap Time에 맞추다가도 맞추지 못하기도 한다.


마샬링 섹터 (Marshalling Sector)

 여기서 마샬링 섹터(Marshalling Sector)의 개념이 등장한다.

타이밍 섹터 (Timing Sector)

 일반적으로 우리가 경기 중에 접하는 섹터는 타이밍 섹터(Timing Sector)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트랙은 3개의 타이밍 섹터로 구성된다. 이러한 타이밍 섹터는 다른 드라이버와 기록 차이를 확인하는 데에 쓰인다. 예를 들어 '막스가 르클레보다 섹터 1에서 1.2초 앞섭니다' 같이 말이다.

 

마샬링 섹터 (Marshalling Sector) (출처 : Youtube Channel ChainBear)

 하지만 이러한 타이밍 섹터가 아닌 마샬링 섹터(Marshalling Sector)라는 것이 있다. 마샬링 섹터는 레이스 오피셜, 디렉터, 스튜어드, 마샬 들이 사용하는 섹터다. 타이밍 섹터를 사용하지 않고 마샬링 섹터를 사용하는 이유는 뭘까?

 

마샬 포스트 (Marshall Post) (출처 : www.sunnycero.com)

 이들이 트랙을 구분하고 구별하는 데에 더 정확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트랙을 더 잘게 쪼개는 데에 있다. 각 트랙에는 20개의 마샬 포스트(Marshall Post)가 있다. 마샬 포스트는 우리가 경기 중에 흔히 볼 수 있는데, 트랙에서 전광판이 위치해 있다거나, 각종 깃발들이 휘저어지고 있거나, 세이프티 카 보드 등이 보여지는 곳이 바로 마샬 포스트다.

 

경기 중계 중 확인할 수 있는 마샬링 섹터 (출처 : Youtube Channel ChainBear)

 이러한 마샬 포스트 사이 구간을 마샬링 섹터라고 하며, 이는 레이스 전체 컨트롤이나 스튜어딩 노트에 참고된다. 잘 생각해보면 우리가 중계를 보다보면 티비 아래 미니맵에 황색기가 뜬 구간이 종종 표시되는데, 이것이 바로 마샬링 섹터다.


VSC Lap Time과 마샬링 섹터

마샬링 섹터 6내에서 한 번이라도 VSC Lap Time을 만족하면 우측과 같이 규정을 통과할 수 있다. (출처 : Youtube Channel ChainBear)

 자 그럼 다시 VSC로 돌아가보자. 이렇게 하나의 트랙은 마샬링 섹터로 구분되고, 이제 드라이버는 마샬링 섹터 내에서 한번만 VSC Lap Time보다 느리면 VSC Lap Time을 준수한 것으로 인정된다. 이게 무슨 말일까?

 

게임 속 고스트. 고스트가 곧 VSC라고 생각하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트랙에 가상의 VSC가 마치 게임의 고스트처럼 있고, 각 마샬링 섹터내에서 내 앞에 한번이라도 고스트가 보였다면, 그 마샬링 섹터에서는 VSC Lap Time을 준수한 것으로 간주된다. 다시 말해 VSC가 발동되는 순간, 각 드라이버별로 VSC 고스트가 마치 Pace Car 역할을 하기 위해 생겼다고 생각하면 된다. (나만의 세이프티 카! 라고 하면 될까..?)

 그럼 드라이버는 어떻게 페이스는 조절할까?

 각 드라이버들은 대시보드에 50m마다 VSC Lap Time 갭을 표시해준다. 이를 통해 드라이버들은 각자의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마샬링 섹터 내에서 한 번은 나만의 VSC보다 뒤쳐지게끔 한다.


VSC가 끝나는 순간에는?

 VSC와 관련된 또 다른 규정 중 하나는, 드라이버는 반드시 그린 플래그(Green Flag)가 뜨면 VSC보다 뒤에 있어야 한다.

 

 VSC가 곧 끝날 예정이라면, 드라이버들은 10초에서 15초 전에 알람을 받는다. 10초에서 15초의 시간이 흐른 뒤 VSC 상황이 끝나고 그린 플래그가 뜨면 드라이버는 원래 속도로 주행이 가능한데, 이 순간에 드라이버는 VSC보다 뒤에 있어야 한다.


정리하면?

 VSC의 특 장점은 차량 간의 갭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버튼 하나로 트랙 전체를 30% 슬로모션으로 돌릴 수 있다. 여기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간당간당하게 VSC Lap Time에 맞춰 주행하는 것과 기존 Full SC 상황에서와 동일하게 리스타트할 때 신속하게 리스타트하는 것이다.


마치며

 현 애스턴 마틴(Aston Martin)의 드라이버인 세바스찬 베텔(Sebastian Vettel)은 언젠가 한 번 스페인 그랑프리가 끝나고 나서 VSC에 대해 불평을 한 적이 있다. 드라이버들이 트랙의 이상한 라인을 타면서, 이 규정의 loophole을 부당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은 좀 잘못된 것이 라인을 어떻게 타든 말든 간에 결국 그들은 VSC Lap Time을 맞춰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부당하게 이용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안전과 관련해서 위험하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레이싱 게임에 표시되는 델타 타임으로 우리가 기록을 단축하느냐 아니면 내 앞의 라이벌 고스트를 따라잡느냐를 조마조마하게 보면서 주행하는 것처럼, 드라이버들도 VSC 상황에서 대시보드의 델타 타임으로 VSC Lap Time을 맞추고 있다. VSC가 뜨면 드라이버들은 잠시 숨을 돌린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그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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