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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mula 1 (포뮬러원)/Formula 1 Tech. Stuff

[Formula 1] #41 - 플로우 비즈 페인트 (Flow Viz Paint)란 무엇인가

관리자 2023. 1. 7.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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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F1 차량의 다양한 파츠의 공기역학적 모양을 다듬기 위해 R&D 자금을 막대하게 투자한다. 필요한 R&D의 대부분은 윈드  터널(Wind Tunnel)과 아주 아주 복잡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컴퓨터 모델인 CFD(Computational Flow Dynamics)를 통해 이루어진다. 프론트 윙과 리어 윙, 디퓨저와 같은 에어로-파츠들을 디자인하고 테스팅하는 데에는 윈드 터널과 CFD만큼 좋은 기술이 없기 때문에, 여기에 대부분의 예산과 노력이 투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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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3 - [Formula 1 (포뮬러원)/Formula 1 Tech. Stuff] - [Formula 1] #40 - 윈드 터널 (Wind Tunnel) 이해하기 (1)

 

[Formula 1] #40 - 윈드 터널 (Wind Tunnel) 이해하기 (1)

들어가며 F1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고속으로 주행하면서 코너를 마치 땅에 붙은 것처럼 돌아나가는 것이 먼저 떠오른다. 이것이 바로 에어로다이나믹스의 힘이다. F1의 각 팀들은 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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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31 - [Formula 1 (포뮬러원)/Formula 1 Tech. Stuff] - [Formula 1] #40 - 윈드 터널 (Wind Tunnel) 이해하기 (2)

 

[Formula 1] #40 - 윈드 터널 (Wind Tunnel) 이해하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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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차량이 트랙에 나서는 순간에는 윈드 터널과 CFD를 사용할 수 없다. 윈드 터널과 CFD를 이용해서 검증한 최적의 차량은 이미 만들어졌다. 이제 F1의 각 팀들에게는 마지막 에어로 검증을 위한 기회가 주어진다. 바로 연습 세션에 트랙에 직접 나가서 말이다.

 

 트랙에서 에어로 파츠가 의도한 대로 디자인 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한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플로우 비쥬얼라이제이션(Flow Visualization), 줄여서 플로우 비즈(Flow Viz)의 사용이다.

 

 아마 F1을 시청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프랙티스 세션이나, 시즌 개막 전 테스팅 세션에서 플로우 비즈 페인트(Flow Viz Paint)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2022년도 초반을 잘 기억해보면, 당시 윌리엄스는 여러 색깔의 플로우 비즈 페인트를 차량에 덕지덕지 발라 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적이 있다. 이는 당시 윌리엄스 차량의 섀시(Chasis)가 의도한 대로 동작하지 않아 그 원인을 찾고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보통 플로우 비즈는 윌리엄스처럼 차량 전체에 바르지는 않고 적당한 곳에 정교하게 바른다. 예를 들어 프론트 윙이나, 디퓨저, (예전 차량의 경우 디자인의 중요한 부분이었던) 바지보드(Bargeboard)와 같은 곳에 말이다.

 

 그렇담 대체 플로우 비즈 페인트란 무엇일까? 일반 페인트와 다른 특별한 페인트일까? 어떻게 이걸 통해 에어로를 파악할 수 있을까? 단순히 페인트를 바른다고 정교하게 디자인 된 에어로를 파악할 수 있을까? 엔지니어와 분석가들이 차량을 이해하는 데에 정녕 도움을 줄 수 있단 말인가?

 

 이번 포스팅에서는 F1의 플로우 비쥬얼라이제이션(Flow Visualization) 기술에 대해 파헤쳐보자.


플로우 비즈 페인트가 뭔데?

 플로우 비즈 페인트를 활용하는 것의 주된 아이디어는 차량이 주행할 때 차량의 바디웍(Bodywork)을 따라 보이는 공기흐름의 패턴을 보기 위한 것이다. 왜냐하면 공기의 흐름은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저 상상할 뿐-)

 

케로신 (Kerosene)

 사실 플로우 비즈 페인트는 그렇게 특별한 물질은 아니다. 파라핀(Paraffin)이나 케로신(Kerosine)과 같은 기름에 염색 분말을 넣은 일종의 현탁액(Suspension)이다.

 

 플로우 비즈 페인트는 현탁액이기에 현탁액의 성질을 활용할 수 있다. 현탁액에 대해 조금 더 파헤쳐 볼 필요가 있다.


현탁액에 대하여

왼쪽은 용해액(Solution), 오른쪽은 현탁액(Suspension)

 현탁액(Suspension)이란 액체에 미세한 고체 입자가 떠있는 것을 의미한다. (잉? 영어로 서스펜션? 우연인가..!)

 

현탁액은 시간이 지나면 액체와 고체입자 간 층이 나뉜다. (출처 : Youtube Chainbear)

 현탁액을 잘 저으면 고체가 액체 전체에 퍼지기 때문에, 고체 입자가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래에 고체 입자는 가라앉아 고체와 액체가 나뉘어지게 된다.

 

 플로우 비즈 페인트도 앞서 말한대로 현탁액이기 때문에, 잘 저어두면 여타 일반 페인트와 다를 바 없는 페인트이지만, 가만히 냅두면 아래에 염색 고체 입자가 가라앉아 고체와 액체가 나뉘게 된다. 앞서 말한 파라핀케로신 같은 기름들은 단지 염료가 잘 흐르게끔 해주는 중간 매개체라고 보면 된다.


현탁액의 장점

 섞여있는 현탁액의 아주 유용한 점 중 하나는 빨리 마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하는 영역에 자유롭게 뿌려 두기만 하면, 페인트가 차량이 공기를 뚫고 지나가면서 공기가 액체를 마르게 하지 않게 때문에 그 액체가 차량의 바디웍을 따라 잘 흐를 수 있게 된다.

 

 일반 페인트의 경우 생각해보면 잘 마르기도 마르지만 발라둔 곳에 접착되어있을 뿐 흐르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페인트는 에어로를 확인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차량이 뚫고 가는 공기는 차량 표면의 기름을 밀어낸다. 기름에는 염료가 섞여있기 때문에 염료까지 함께 밀어낸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페인트는 차량의 바디웍을 따라 자유롭게 흐른다. 이때 파라핀의 경우 휘발성이 꽤나 높기 때문에, 염료만 남겨두고 증발해버린다. 결국 이 염료는 공기 흐름에 만들어진 흐름 모양을 가진 채로 바디워크에 붙어있게 된다.

 

 에어로다이내미시스트(Aerodynamicist)들은 트랙을 돌고 차고로 들어온 F1 차량의 사진을 찍어두고 그들이 기대한 대로 페인트의 패턴이 잘 형성되었는지 확인한다.

 

 잘 생각해보면 플로우 비즈 페인트의 대부분의 색은 밝은 색이다. 이는 팀이 사진을 찍을 때 쉽게 잘 구분되어 보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형광물질. UV 광선을 쬐면 더 잘 보인다.

 사실 염료 자체는 형광물질이다. 그렇기 때문에 UV 광선을 쬐면 염료가 더 잘 보인다. 만약 플로우 비즈 페인트의 흔적이 희미해서 불확실해 보인다면, 차량을 차고에 들고 들어와 UV 광선을 쬐어주면 더 잘 볼 수 있다.


플로우 비즈의 장점

 플로우 비즈 페인트는 공기역학에 대해 그리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컴퓨터 모델링과 윈드터널 테스트와 함께 실제 주행에서 차량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우리가 모델링과 윈드터널을 통해 디자인한 파츠가 실제 주행에서도 의도한 대로 동작하는지 더블체크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다.

 

 각 팀들은 그들의 R&D 센터에서 수많은 테스트를 한다. 하지만 실제 현실 세계의 다양한 변수를 가진 기이한 현상들을 완벽히 모사할 수는 없다. 따라서 실제 트랙에서 풀-스케일(Full-Scale)의 차량으로 주행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최종 단계의 테스트라고 볼 수 있다. 실험실 방구석에서 개발한 프론트 윙이나 디퓨저와 같은 파츠들이 실제에서도 잘 동작하는지 확인한다.

 

 기대한 대로 동작했나? 의도한 대로 이전 버전의 프론트 윙과 달라졌나? 이상한 흐름 패턴이 있나?

 

 이러한 것들이 플로우 비즈의 장점이다. 한 줄로 요약하면

장점 :
현실 세계에서 유용하다

아 근데 이건 좀...

 윌리엄스의 예시와 같이, 플로우 비즈는 극단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 그냥 차량 전체에 발라놓고 섀시 전체의 특성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말은 차량의 섀시 전체에 자신감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다.


 그래 좋다. 그래서 공기역학 흐름을 파악하고 싶은 차량의 바디에 플로우 비즈 페인트를 발라두었다. 이제 드라이버는 한 랩 또는 두 랩을 돌아 차량을 차고로 다시 가져왔다.

 

 이제 분석을 해야 한다.


플로우 비즈 분석하기

 일단 우리는 공기역학 전문가들이 플로우 비즈 테스트에서 어떤 파츠를 테스트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F1 차량 자체가 단순하지 않은 매우 복잡한 머신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 이 엔지니어들은 플로우 비즈 페인트가 묻은 차량을 보고 그 차량의 수많은 특성들을 들여다 볼 것이다.

 

 테스트 분석 방법을 정확히는 알 수는 없겠지만, 일반적으로 플로우 비즈 페인트의 패턴을 어떤 식으로 분석하는지 조심스레 살펴보자.


분석(1) 난류야 어디있니?

 먼저 플로우 비즈 페인트의 흔적을 통해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공기가 잘 흐르고 있는지'이다.

 

 차량이 뚫고 지나가는 공기는 차량의 바디워크(Bodywork)를 따라 흐른다. 이때 공기의 흐름이 강한지, 깔끔한지, 부드러운지를 파악할 수 있다. 강하고 깔끔하고 부드러운 공기 흐름과 정반대되는 녀석이 바로 더러운 공기 흐름 즉, 난류(Turbulence)다.

 

 하나의 예시로 윙 프로파일(Wing Profile)을 살펴보자.

 부드러운 에어플로우(Airflow)는 윙의 시작부터 끝으로 이동할 때 하나의 일관성있는 라인을 그리며 윙 표면을 따라 아름답게 흐를 것이다.

 

(출처 : Youtube Chainbear)

 이러한 공기 흐름을 플로우 비즈 페인트의 패턴으로 확인할 수 있다. 부드럽고 일관성있는 패턴, 마치 어떤 사람이 아주 질 좋은 붓으로 바디 워크를 따라 깔끔한 스트로크(Stroke)를 휘두른 것 마냥 아름다운 패턴이 형성될 수 있다.

 

 이러한 부드러운 공기 흐름은 모든 공기역학 엔지니어들이 그토록 갈망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공기 흐름은 '예측이 가능하며(Predictable)', 공기가 차량의 표면에 철썩 붙어(attach)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러한 공기 흐름이 계속해서 일관성 있는 한 다른 에어로 파츠를 통해 원하는 곳으로 쉽게 이동시키고 그 흐름을 조작할 수가 있다.

 

(출처 : Youtube Chainbear)

 이에 반해 난류는 공기가 혼돈 속에 있는 마냥 아주 중구난방으로 있을 뿐더러 예측하지 못하는 움직임을 갖고 베베 꼬이며 컬(Curl)을 형성하여 오동작하게 된다. 이는 보통 에어로 공학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현상이다.

 

 이렇게 일관성있는 난류 여부를 플로우 비즈 페인트를 통해 알 수가 있다. 난류의 경우, 위와 같이 페인트가 혼란스러운 얼룩의 형태를 가진다. 랜덤한 패턴을 가진 채로 정돈되지 않은 듯한 패턴과 함께 색깔이 왜곡되어 요동치는 패턴을 보인다면 이는 난류의 영향이다.


분석(2) 공기야 잘 붙어있니?

 플로우 비즈 페인트로 확인할 수 있는 다른 부분은 '공기가 바디워크에 잘 붙어서 흐르고 있는지'이다.

 

 대부분의 공기역학 엔지니어들은 윙을 포함하여 여러 파츠들의 모양을 디자인한다. 이 디자인은 공기를 최대한 표면에 가깝게 하여 표면에 잘 붙어있게끔 잡아두기 위해 고안된다. 

 

 고속에서는 공기가 차량 표면으로부터 벗어나기 쉽다. 만약 표면이 공기의 방향을 갑작스럽게 바꾸는 형태라면 말이다. 이를 공기흐름 분리(detachment)라고 한다. 분리된 공기흐름은 다운포스를 현저하게 낮추면서, 동시에 분리된 공기층 아래에 난류를 생성시킨다. 공기흐름 분리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플로우 비즈 페인트를 사용할 수 있다.

 

공기가 바디웍에 철썩 붙어있기 때문에, 공기를 따라 차체에 페인트가 퍼질 수 있다. (출처 : Youtube Chainbear)

 만약 공기 흐름이 잘 붙어 있다면 플로우 비즈 페인트의 염료가 바디를 따라 잘 퍼질 것이다. 공기 흐름이 붙어있는 부위까지 잘 퍼진다.

 

공기가 차체와 붙어있지 않아 페인트가 흐르지 못한다. (출처 : Youtube Chainbear)

 만약 공기가 표면에서 분리되는 경향이 있다면, 플로우 비즈 페인트를 잘 끌고가지 못할 것이고, 이는 눈으로 확실히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제한이 하나 있다. 보통 공기 분리는 고속에서 발생하고, 만약 페인트가 이미 저속에서 바디를 따라 퍼져버린 상태라면, 플로우 비즈 하나만으로 공기 분리가 되었는지 확인할 수 없게 된다는 제약이 있다.

 

 위는 공기흐름 분리를 보여주는 사진이다. 한눈에 봐도 화살표로 가리키는 부분에는 페인트가 잘 퍼지지 못하고 오히려 뭉쳐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다른 예시다. 아예 페인트가 퍼지지 못해 페인트가 묻어있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이건 맥라렌의 디퓨저인데, 차체 아래쪽에서 공기가 잘 붙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치며

 다시 한번 말하지만, 플로우 비즈 페인트를 통해 어떤 테스트가 진행 중인지 우리는 알 방법이 없다.

 

 각종 기사를 통해 보여지는 각 팀들의 플로우 비즈 페인트 패턴을 보고 과도한 추측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략적으로는 파악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위 사진의 자우버의 플로우 비즈 페인트를 보고 '공기가 프론트 윙을 지나 차량 바디의 아래쪽으로 잘 지나가고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의도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맥라렌의 경우, 프론트 윙을 지난 공기가 바지보드와 터닝 베인을 잘 지나가고 있는지 확인하려는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여기에서는 맥라렌이 특별히 좌측과 우측의 공기흐름을 따로 분리해서, 트랙에서 의도한 대로 공기가 잘 흘러가고 있는지 확인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것을 대충이나마 알 수 있다.

 

 플로우 비즈 페인트는 꽤나 번뜩이는 아이디어지만 앞서 말한대로 나름의 제약이 있는 방식이다. 팀들은 보통의 경우 윈드 터널이나 피톳 튜브와 같은 것들로 부터 더 많은 데이터를 얻지만, 플로우 비즈는 역시나 이러한 방법보다, 현실 세계 즉 트랙에서 어떻게 차량의 공기 흐름이 형성되는지 빠르고 쉽게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2023년 초반 테스팅 시즌 때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시즌이 시작되기 전 각 팀들의 의도를 파악하고 추측해보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포스팅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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