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F1 경기를 챙겨보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한 번씩 한다.
에이 저거저거
차빨(?) 아니야?
실제 친구들과 함께 F1 경기를 보게 되면 항상 친구들이 묻는 질문이 있다. '저기 경기에 나오는 차량들은 다 똑같은 차 아니야?'. 나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을 하면서, F1은 선수들 간의 경쟁도 있지만 차량을 어떤 팀이 얼마나 우수하게 만드는 가도 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부분이라고 설명한다.
그럼 친구는 이어서 이렇게 질문한다. '그럼 좋은 차를 타는 드라이버가 우승하는 거 아니야? 불공평한 것 같은데…'. 드라이버 챔피언십 관점에서 보면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좋은 차를 타면 분명 우승할 확률이 높다. 단적으로 팀 레드불과 팀 윌리엄스만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차를 만드는 팀에 들어가기 위해선 드라이버의 실력이 받쳐줘야 한다. 약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비슷한 문제인 것 같은데… 참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포스팅의 주제는 바로 이러한 것이다.
차냐, 드라이버냐!
<포뮬러원에서 차량이 중요한가, 드라이버가 중요한가>라는 주제로 포스팅을 작성해보려 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레쮸-고.
이번 포스팅에서는 즐겨보는 채널인 Youtube Channel 'Chainbear'의 이 동영상을 참고하여 작성했다.
차량이 동일한 스펙 시리즈 (Spec Series)
모터스포츠에서 차량이 중요한지 드라이버가 중요한지에 대한 질문에는 다양한 변수들이 복잡하게 엮여 있기에 참으로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이러한 질문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차량을 통일하거나 드라이버를 통일하면 된다. 하지만 드라이버를 통일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모터스포츠에는 동일 스펙의 차량으로 경쟁하는 스펙 시리즈(Spec Series)라는 것이 있다. 포르쉐 카레라 컵(Porsche Carerra Cup), 슈퍼컵(Super Cup), 래디컬 유러피언 마스터즈(Radical Euroupean Masters)와 같은 경기들이 바로 스펙 시리즈이다.
이러한 스펙 시리즈의 경우에는 모든 차량들의 스펙이 동일하기 때문에, 공평하게 어떤 드라이버가 가장 잘 타느냐를 정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팀이 드라이버의 우승을 좌지우지하지 않는다. 그저 드라이버가 운전을 잘하면 그 드라이버가 우승한다. 물론 팀원이 드라이버에게 차량의 셋업이라든지, 전략, 코칭 등등에 대한 조언을 할 수 있지만, 결국 차량의 스펙이 동일하기에 포인트를 얻느냐 못 얻느냐는 결국 드라이버에게 달려있다.
하지만 포뮬러원은 다르다!
하지만 스펙 시리즈와는 달리 포뮬러원의 경우 이야기가 다르다. 포뮬러원 세계에서는 팀들이 직접 차량을 개발하고 만들기 때문에 그리드에 정렬된 차량 간에는 퍼포먼스의 격차가 존재하게 된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연속으로 5번의 월드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쥔 선수는 당시 팀 페라리의 드라이버였던 마이클 슈마허(Michael Schumacher)였다. 여기서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슈마허는 페라리 없이
5 연속 월드 챔피언이 될 수 있었을까?
페라리는 슈마허 없이
5번의 월드 컨스트럭터 챔피언을
딸 수 있었을까?
참으로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하지만 과거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알 수 있는 법! 그간 F1의 히스토리 데이터를 통해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을지 알아보자.
히스토리 #1 : 컨챔 팀에서 드챔을 낳은 횟수
F1이 첫 개최된 1958년부터 지금까지 총 62번의 시즌이 있었다. 그중 53번이 챔피언십 우승을 거머쥔 드라이버가 챔피언 카를 타고 있었다. 다시 말해, 월드 챔피언이 탄 차량이 곧 컨스트럭터 챔피언십 우승을 거머쥔 차량 즉 '승리하는 차량(Winning Car)'이었다는 말이다. 단 9번만 드라이버가 '지는 차량(Losing Car)'을 타고 드라이버 챔피언십을 우승했다는 말이다.
데이터를 보면 어찌 됐든 차량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반박할 수 없다. 아마도 위에 언급한 9번의 시즌에서 우승했던 드라이버들은 최고의 차량이 아닌 차량을 타고 드라이버 챔피언십을 우승하려고 아마 혼신의 힘을 다해 발버둥 쳤을 것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관점을 바꿔서, 53번의 시즌 동안 최고의 차량을 만든 팀이 베스트 드라이버가 아닌 드라이버로 컨스트럭터 챔피언십을 따려고 혼신의 힘을 다해 발버둥 쳤을 수도 있다.
관점의 차이랄까? 뭐가 먼저인지 조금 헷갈린다. 이에 대해 다른 데이터로 자세히 한번 살펴보자.
히스토리 #2 : 컨챔 팀의 드라이버 간 순위
매 시즌 컨스트럭터 챔피언십을 우승한 팀의 리드 드라이버(또는 퍼스트 드라이버)의 순위를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당연스럽게 대부분의 포지션은 1위이지만, 종종 다른 경우도 있다. 컨스트럭터 챔피언십 우승한 차량을 탔지만, 즉 그 시즌에서 가장 좋은 차량을 탑승했지만 결과적으로 드라이버 챔피언십 포인트는 2등, 더 나아가 최대 3등까지인 적도 있다.
자 그렇다면 각 팀의 세컨드 드라이버(Second Driver)의 포지션을 한번 보자.
뭔가 모양이 들쑥날쑥하다. 엄청 차량 사이의 큰 갭이 있는 시즌을 차치하고서라도, 우승할 수 있을 정도의 좋은 차를 탔음에도 항상 2위를 하지는 않았다.
최근 20 시즌을 보면, 월드 챔피언이 된 드라이버와 그의 팀메이트 드라이버 사이에, 다른 팀 드라이버가 항상 껴있음을 알 수 있다. 무려 14번 동안이나 말이다. 20번 경기 중 14번이면 꽤 많은 비율이다.
만약 차량의 성능이 절대적이라면, 우승 카를 만든 팀의 드라이버 2명이 항상 1, 2위를 차지했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참고 | 1999년도 시즌에 대해
좀 더 뒤로 가서 1999년 시즌에서 2등으로 끝마친 에디 어바인(Eddy Irvine)은 74포인트, 5등으로 마친 슈마허(Schumacher)는 44포인트였다. 사실 슈마허가 다리 부상으로 6번의 경기를 놓치고, 미카 살로(Mika Salo)가 대신 경기를 뛰었다. 대충 미카(Mika)가 딴 10포인트를 더하면, 슈마허(Schumacher)는 어바인(Irvine) 바로 밑 순위인 3등으로 끝났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을 참고하자.
히스토리 #3 : 컨챔 팀의 드라이버 간 포인트
자 그렇다면 이렇게 해보자. 컨스트럭터 챔피언십 우승 팀의 리드 드라이버(Lead Driver)의 시즌 마감 포인트를 100% 라인으로 잡아보고, 그 팀의 세컨드 드라이버의 포인트를 퍼센티지(%)로 나타내 보자.
예를 들어 2019년도의 경우 메르세데스의 루이스 해밀턴(Lewis Hamilton)은 413포인트로 시즌을 마감했고, 그의 팀의 세컨드 드라이버인 발테리 보타스(Valtteri Bottas)는 326포인트로 시즌을 마감했다. 해밀턴의 79% 정도 되는 수치다.
1999년도의 경우 어바인(Irvine)은 74포인트로 마감, 슈마허(Schumacher)와 살로(Salo)의 포인트는 54포인트로 어바인(Irvine)의 73% 정도 되는 수치다.
이러한 방식으로 다른 시즌 또한 퍼센티지(%)를 쭉 나타내 보면 위와 같다. 세컨드 카의 경우 리드 카에 근접한 적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수두룩하다.
히스토리 #4 : 드챔과 라이벌 간 포인트 차이
다음으로 컨스트럭터 우승 팀의 라이벌팀의 리드 드라이버의 포인트를 표시해보자. 2019년도의 메르세데스의 라이벌은 막스 베르스타펜(Max Verstappen)이였고 총 278포인트를 득점했다. 드라이버 챔피언십 우승자인 루이스 해밀턴(Lewis Hamilton)의 64% 정도 되는 포인트다.
이 또한 같은 방식으로 쭉 나열해보면, 신기하게도 그 페이스(pace)가 컨스트럭터 우승 팀의 세컨드 드라이버와 비슷하다.
이런 질문을 해보게 된다. 만약 2017년도와 2018년도에 만약 메르스데스에 해밀턴(Hamilton)이 없었고, 대신 보타스(Bottas) 레벨의 드라이버가 2명 있었더라면, 메르세데스의 두 드라이버 중 한 명이 드라이버 챔피언십 우승을 할 수 있었을까? 또는 이 경우 경쟁 팀인 팀 레드불의 베텔(Vettel)이 2017년도와 2018년도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을까?
한번 더 질문해볼 수 있다. 2012년도 알론소(Alonso)는 베텔(Vettel)의 포인트에 베텔의 팀메이트였던 웨버(Webber) 보다 훨씬 가까웠다. 만약 팀 레드불에 베텔이 없었다면, 레드불이 드라이버 챔피언십의 타이틀을 가질 수 있었을까? 웨버가 베텔만큼 뛰어나지 않았더라면 알론소가 가져가지 않았을까?
이러한 예시들을 포함하여 꽤나 많은 경우에 라이벌 팀의 리드 드라이버가 컨스트럭터 챔피언십 우승 팀의 세컨드 드라이버보다 더 많은 포인트를 가졌다.
이러한 이유로 팀들이 많은 양의 예산을 최고의 드라이버를 뽑는 데에 사용한다. 결론은 드라이버가 굉장히 굉장히 중요하다는 말.
데이터가 전부는 아니다
물론 데이터가 전부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2018년도에 메르세데스가 두 명의 보타스(Bottas) 레벨 드라이버를 갖는 것 외에 모든 것이 동일하다 하더라도, 레드불이 베텔이 드라이버 챔피언십 우승을 했을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또한 두 명의 보타스 레벨 드라이버가 몇 포인트에서 시즌을 마감할지, 해밀턴 없이 보타스가 더 잘했을지는 아무도 장담 못한다. 모든 것이 과거의 데이터를 보고 결과론적으로 분석하는 것일 뿐.
데이터로 과거의 양상을 보는 것뿐이지,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는 물론 어렵다는 점은 알고 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랫동안 한 드라이버를 고수할 필요는 없고, 그들로부터 챔피언십 타이틀을 딴다는 것도 장담 못한다. 다른 방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실제로 팀 맥라렌(McLaren)은 차량의 성능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때에 당시 최고 드라이버 중 한 명인 페르난도 알론소(Fernando Alonso)를 고수했었다. 알론소가 사실 맥라렌의 차량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은 많이 없었다. 심지어 젠슨 버튼(Jenson Button)까지 하여 팀 맥라렌에 2명의 월드 챔피언이 있었는데도 결국 맥라렌은 챔피언십 우승을 하지 못했다.
참고 | 보타스가 나쁜 드라이버라고?!
절대 보타스가 나쁜 드라이버라는 것이 아니다. 이 예시들에서는 그저 해밀턴이 아닌 드라이버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을 뿐이다. (본인은 보타스의 팬입니다..)
드라이버가 팀에 미치는 영향
지금까지는 팀이 우승할 수 있을 정도의 훌륭한 위닝 카(winning car)를 줬을 때 드라이버에 따라 실적이 어떻게 나왔는지를 봤다.
이와 반대로 드라이버가 팀에 가져올 수 있는 것들을 살펴보자. 서킷에서 레이스를 달리는 것도 그들의 일이고, 시뮬레이터를 통해 운전해보는 것, 테스팅에 도움 주는 것, 스폰서를 유치하는 것, 높은 수준의 스태프를 끌어들이는 것, 중간 순위의 팀을 탑-티어(Top-tier) 팀으로 끌어올리는 것도 드라이버의 역할이다.
실제로 페라리의 마이클 슈마허(Michael Schumacher)가 그랬다. 물론 슈마허 단독으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드라이버가 팀에게 큰 영향을 준 가장 유명한 예시이다.
퍼포먼스 스프레드(Performance Spread)
차량 퍼포먼스 스프레드
차량의 퍼포먼스를 기준으로 고성능(High Performance) 차량과 상대적으로 저성능(Low Performance) 차량을 그래프에 표기하여 차량 퍼포먼스 스프레드를 그려볼 수 있다.
예를 들어 2019년도에는 메르세데스가 1등 그 아래에 레드불과 페라리를 위치시킬 수 있다. 당연히 매 시즌마다 차량의 퍼포먼스 스프레드는 다르게 나타난다. 때때로 모든 팀이 거의 비슷한 수준의 퍼포먼스를 가질 수도 있다. 반대로 때때로 정말 큰 스프레드를 가질 수 있다.
드라이버 퍼포먼스 스프레드
이와 비슷하게 드라이버들도 퍼포먼스로 나열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 잔인할 수도 있지만) 그간 드라이버들을 평가해서 드라이버 퍼포먼스 스프레드를 똑같이 만들어 볼 수 있다. 차량 퍼포먼스 스프레드와 동일하게, 선수들 간의 갭이 때때로 좁을 수도 있지만, 때때로 넓게 형성될 수도 있다.
퍼포먼스 스프레드의 중요성
그런데 퍼포먼스 스프레드가 왜 중요할까?
차량 퍼포먼스에 따른 결과 예측
먼저 차량의 성능 스프레드가 엄청 넓게 퍼져있다면, 그해의 우승은 차량에 더 비중이 클 것이다. 2019년도 팀 메르세데스(Mercedes), 레드불(RedBull), 페라리(Ferrari)는 타 팀에 비해 엄청나게 좋은 차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해밀턴이 레드불이나 페라리를 몰았다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는 것에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하지만 만약 해밀턴이 르노(Renault) 차량을 탔다면? 음.. 이건 장담할 수 없다.
만약 차량 퍼포먼스 스프레드가 타이트(tight)했다면, 해밀턴이 윌리엄스(Williams) 차량을 탔어도 챔피언십 우승에 가깝게 끌어올릴 수는 있었을 것이다.
드라이버 퍼포먼스에 따른 결과 예측
반대로 드라이버 퍼포먼스 스프레드가 타이트한 경우를 생각해보자. 상위 해밀턴(Hamilton), 막스(Max), 르끌레(Leclerc), 베텔(Vettel), 사인츠(Sainz), 보타스(Bottas) 등의 드라이버들이 메르세데스 차량을 탔다면 누구든 드라이버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드라이버 간에는 분명한 격차가 있는 법.
만약 2019년에 팀 하스의 그로장(Grojean)이 메르세데스 차를 몰았다면? 우승을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안해 그로장..)
마치며
이번 포스팅에서는 차량과 드라이버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결국 두 요소 모두 중요한 요소이다. 아무리 좋은 차를 줘도 드라이버 간 격차는 있기 마련이고, 아무리 드라이버 실력이 비슷하다 하더라도 차량의 성능이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 이제 '차가 중요해, 드라이버가 중요해?'라는 질문을 해온다면 당당하게 둘 다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같은 차를 타고도 해당 시즌에서 1위와 2위를 하지 못했다는 예시를 말해준다면 질문한 친구는 '아 차량이 전부는 아니구나'라고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포스팅에서는 F1의 규정과 관련해서 다뤘었다. 다음 포스팅부터는 다시 공학적인 내용을 다뤄보려고 한다. 이과라 그런지 공학 쪽이 확실히 흥미가 있는 것 같다.
아마 다음 포스팅은 F1 관련은 아닐 것 같고, MR, FR, RR 등과 같은 차량의 포맷(Format)과 레이아웃(Layout)에 관한 포스팅이 될 것 같다. 쓸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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