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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mula 1 (포뮬러원)/Formula 1 Tech. Stuff

[Formula 1] #38 - F1 경기의 레이스 인시던트(Race Incident) 이해하기 (feat. 2021 Imola GP(이몰라 그랑프리))

관리자 2022. 9. 30.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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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F1 경기를 시청하는 사람들은 대게 응원하는 팀이 있기 마련이다. F1 경기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고, 우리는 우리 각자가 응원하는 팀이 어떤 팀과 충돌하는 경우, 조금 더 극단적으로 충돌로 인해 응원하는 팀의 드라이버가 리타이어(retire)하는 경우 '아 저기서 저렇게 들어오면 어떡해! 공간을 충분히 안 줬네!'라며 불평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다른 드라이버를 까내리며 화내지는 말자..!)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경기 직후 레이스 컨트롤의 예상치 못한 판결문이 나온다.

 

2020년 오스트리아 스티리안 그랑프리에서 발생한 Lance Stroll의 사고에 대한 FIA의 판결문. 결국 레이스 인시던트로 판결났다. (출처 : FIA)

 

... the incident is considered
a race incident

이 사고는
레이스 인시던트
간주됩니다.

 

 FIA에서 특정 사고를 레이스 인시던트로 판단하게 되면, 해당 사고에서 페널티를 받는 드라이버 또는 팀은 없고, 그냥 레이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정도로 간주된다. 

 

 레이스 도중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사고, 레이스 인시던트(Race Incident). 말은 쉽지만, 레이스 도중 사고를 발생시킨 드라이버는 적당한 페널티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 반대로 사고를 당한 드라이버 입장에서 또한 경쟁 드라이버가 잠자코 포인트를 따는 모습을 지켜만 볼 수 없기에, 정확한 판단은 중요하다. 

 

 포인트 하나하나가 소중한 F1 경기에서 사고에 대한 판단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레이스 인시던트라고 간주하는 기준이 무엇일까? 여기에 특별한 기준이나 혹은 적당한 레귤레이션(규정)이 있는 것일까?

 

 이번 포스팅에서는 F1 경기에서 말하는 레이스 인시던트(Race Incident)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글의 말미에서는 레이스 인시던트로 판결된 것으로 유명한 2021년도 이탈리아 이몰라(Imola) 그랑프리에서의 발테리 보타스(Valterri Bottas)와 조지 러셀(George Russel)의 사고로 레이스 인시던트를 이해해보려고 한다.

 

 오늘도 어김 없이 레쮸-고.


레이스 인시던트의 정의

 중계에서 굉장히 많이 나오는 단어다. 해설진이 심심치 않게 'I see this incident as RACE INCIDENT. (음 저는 이 사고를 레이스 인시던트로 보는데요.)' 라고 하는 상황이 있다.

 

 레이스 인시던트에 대한 정의 이러하다.

굉장히 빠른 차량을 타고
수 ms 정도의 아주 짧은 시간이 주어진 상황에서
트랙 위에서 고작 몇 cm의 자리를 놓고
차량 간 벌어지는 경합 도중 발생한 사고

 

 설명에 앞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F1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사건 사고들은 초(second, s) 단위로 발생하거나, 심지어는 밀리초(millisecond, ms) 단위로 발생한다.

 

 

F1 채널의 슬로우 모션 분석 영상. 속도를 늦추고 사고를 분석한다. (출처 : F1 Youtube Channel)

 우리는 보통 F1에서 어떤 사고가 발생했을 때, 경기가 끝난 후에 그 사고를 다시 보기 위해 유튜브를 켜고, 슬로우 모션으로 재생한 비디오를 놓고 누가 잘못했다 잘잘못을 따지는 누군가의 비디오를 보곤 한다.

 

 그렇지만 앞서 말한 대로, F1 드라이버들이 살고 있는 세상은 ms 단위의 세상이다. 굉장히 그 타임 슬라이스(Time Slice)가 짧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 중 드라이버는 판단을 위한 단 한 번의 기회와 단 한번의 순간이 주어지고, 이때의 판단으로 사고 여부가 정해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레이트 브레이킹(Late Braking) 그 자체 다니엘 리카르도의 추월. 추월을 할 때에는 순간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판단에는 이런 것들이 있을 수 있다. 얼마나 브레이킹 존에 진입하여 브레이크를 늦게 밟을 것인지, 앞 차를 어떤 틈으로 파고들지, 이번에 추월을 시도해볼지 아니면 다음 코너 또는 다음 랩에서 시도를 해볼지, 다음에 기회가 있을지 없을지. 이러한 판단을 경기 중에 아주 짧은 순간에 해내야 한다.

 

 이러한 결정은 순전히 드라이버가 본인의 기준으로 하는 결정이다. 하지만 드라이버 스스로의 능력과는 별개의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실제 드라이버들이 하는 판단들은 다른 요소들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트랙에서 그립(grip)이 생각하는 만큼 나오지 않아 드라이버가 생각하는 대로 차량이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다. 혹은 다른 차량이 내가 예상한 대로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심지어는 아주 정말 미세하면서도 약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차량이 트랙 밖으로 나갈 수 있다. 본인의 차량만 파손되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누군가를 런오프 에어리어(Runoff Area)로 보내버릴 수도 있고, 심지어는 두 차량 모두 리타이어(retire)할 수도 있다.

 

 물론 드라이버들은 차량과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 어느 정도 마진을 두고 달린다. 처음에는 브레이크 페달을 200m 보드에서 밟았다면, 그다음에는 180m 지점에서, 그 다음에는 150m 지점에서 밟는 등, 차량의 극한이 어디인가 감을 익힌다. 물론 이는 굉장히 신속하고 아주 근소한 판단으로 이루어진다. (까딱하면 리타이어!)

 

 참 어렵다. 어렵지만 F1 드라이버들은 세계 최고 티어의 드라이버들이고, 이들은 엄청난 보수를 받기 때문에 드라이버들은 당연스럽게도 해내야 한다. 


레이스 인시던트와 관련된 규정

 우리가 FIA 소속 스튜어드(steward)라고 생각해보자. 사고가 발생했고, 이 사고가 레이스 인시던트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스포팅 레귤레이션(Sporting Regulation)을 봐야 한다.

 

 2022년 스포팅 레귤레이션 기준으로 Spotring Regulation Article 33에는 'Driving(드라이빙)'이라는 항목으로 차량 주행에 대한 규정 내용이 있다.

 

 뭔가 내용이 많을 것 같은 Artical 33에는 고작 4개의 짧은 하위 항목이 있다. 모터스포츠에서의 주행에 대한 규정인 것 치고는 굉장히 짧다. Artical 33에서 가장 중요한 하위 항목은 단연 33.4 항목이다.

 

(출처 : FIA 2022 Sporting Regulation)

 

 위 규정을 해석하면 아래와 같다.

 

어떤 상황에서도 차량은
불필요하게 느리거나,
불규칙하게(erractically) 운행하거나,
다른 드라이버나 어떤 다른 사람들에게
잠재적으로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방식으로
운행되어서는 안 된다.

 

 당연한 말이면서도 굉장히 모호하다. 모호한 이 문장은 놀랍게도 꽤나 오랫동안 유지된 규정이다. 뭔가 규정에 느슨함이 보이면서, 동시에  의도적으로 쓰여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 회색 지대(Gray Area)는 스튜어드들이 각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 그 문맥을 사용하기 위해 그리고 좀 더 공평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하나의 틈(?) 정도라고 보면 된다.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아서 뒷 차를 놀라게 한다거나(브레이크 테스트...?), 트랙 코너에 다다르기 직전 상대편 레이싱 라인으로 방향을 튼다든지, 트랙 위에서 과한 위빙을 한다든지 하는 행동들이 저 문장에 해당되는 행동이 될 수 있다.

 

 굳이 이러한 상황 하나하나를 구체적으로 표기하지 않아도, 33.4 규정을 여러 상황에 적용시킬 수 있다. FIA가 의도한 것이 이런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위와 같이 애매한 상황에서 규정을 들여다봐야 하지만, 드라이버들과 스튜어드들 사이에서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매너 없는 행동들이 있다. 예를 들어, 브레이킹 존에서 투 무브(Two Move)를 한다던지 등등. 누가 봐도 이건 페널티 감인 그러한 행동들 말이다. 이 경우에는 규정집을 들여다볼 필요도 없이 페널티를 부여한다.


과거엔 규정이 명확했었다?!

 사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나쁜 드라이빙'에 대한 항목들은 예전 스포팅 레귤레이션에는 명확한 표현으로 경우를 기재한 적이 있었다. 불과 6년 전인 2016년 스포팅 레귤레이션을 보면, 드라이빙에 대한 레귤레이션에서의 어투가 더 구체적임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미래를 아는 법. 현재 레귤레이션과의 비교를 위해 당시 규정을 하나씩 살펴보자.


드라이빙 관련

(출처 : FIA F1 2016 Sporting Regulation)

 예를 들어, '포지션을 방어하기 위해 방향 전환을 2번 이상 하면 안 된다.' 라는 규정이 있었다. 이러한 주행은 당연히 위험하고 상대방이 불공평함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동작이다. 물론 방어를 위해 한번 방향을 바꿨다가, 다시 레이싱 라인으로 돌아갈 수는 있으나, 이때 상대방에게 충분한 공간을 내주어야 한다.

 

 '지그재그로 운전하면 안 된다'라는 항목도 있었다. 이 또한 명백하게 잘못된 드라이빙.

 

F1의 모든 차량이 이렇게 움직이면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가 될 것이다.

 이처럼 예전에는 현재 스포팅 레귤레이션보다 훨씬 더 명확했었다.


디펜스 관련 규정

(출처 : FIA F1 2016 Sporting Regulation)

 디펜스 관련 규정도 이런 규정도 있다. '방어를 위해 트랙의 너비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공격하는 차량의 프론트 윙이 당신 차량 옆에 있는 경우, 상대방에게 충분한 공간을 줘야 한다.'

 

 또한 동일한 규정에서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디펜딩은 브레이킹 존 이전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는 드라이버가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차량이 턴 인 하기 전 차량의 라인과 제동 거리를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말인즉슨, 드라이버가 브레이킹 존에 들어가게 되면, 다시 말해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순간 다른 차량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에 대해 반응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이다.

 

브레이킹 존에서 컨트롤을 잃어버리면 바로 사고로 이어진다.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 도중에 컨트롤을 잃는다면? 사고로 바로 이어지게 된다.


불규칙적인 모션은 금지!

(출처 : FIA F1 2016 Sporting Regulation)

 이런 규정도 있다. '다른 차량을 밀치거나 사고를 유발하는 이상하고 불규칙적인 행동을 하지 말라.'

 

 이전에 언급했듯, 드라이버들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주행하고 있다. 우리와 다르게 그들이 사는 세상은 ms 단위의 세상이다. 이렇게 빠른 주행을 하는 도중 상대방을 놀라게 하거나 혼란스럽게 하는 주행은 상대방을 위협하는 것과 동일하다.


팀과 드라이버에게 재량을!

 현재에는 이런 식의 '드라이버 생활 백서'나 '복무신조(?)'와 같은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규정은 사라졌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는데, 과거 규정에서 정의하는 행위들은 해서는 안 될 행동들의 고작 일부일 뿐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모든 행동 하나하나를 다 기재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허나 몇몇 사람들은 이전처럼 규정에 확실하게 표현하는 것이 더 좋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하면 어떤 행동이 맞고 어떤 행동이 틀린 지가 확실하기 때문.

 

토토 : 마이클... 제발 그만 참견해......

 반면 팀들은 명백하게 위험한 주행이 아닌 경우에는 어느 정도 스튜어들이 경기에 관여하지 않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드라이버들에게 조금 더 자유재량을 줄 수 있을뿐더러, 스튜어드들이 오히려 경기에 개입해 흐름을 끊는 상황들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에는 스튜어드들은 해당 사고가 조사할 만한 이유가 있거나 페널티를 줘야 하는 상황인지에 따라 개입할지 말지를 평가한다. 참고로 스튜어드들이 결정을 내릴 때에는 이전의 선례를 활용하기 위해, 과거 경기들의 비디오 샘플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한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특정 드라이버의 주행 방식이 명백하고 확실하게 규정을 어기는 행위가 아닌 이상, 우리는 이러한 상황들을 레이싱 인시던트라고 판단할 수 있다. 물론 그 사고를 현미경으로 보듯 미세하고 또 미세하게 본다면 두 드라이버 중 한 드라이버의 잘못이 조금 클 수도  있지만 말이다.


실제 예시로 레이스 인시던트 이해하기

 

글을 읽기 전 당시 사고 영상을 보자.

 말로만 들으면 어려운 법. 우리에게는 좋은 교보재가 있다. 레이싱 인시던트로 판결된 수많은 사고들이 있지만, 그중 작년 이탈리아 이몰라 그랑프리 (Imola GP)에서 발생한 발테리 보타스(Valtteri Bottas)와 조지 러셀(George Russell)의 사고에 대해서 보자.

 

 당시 사고는 비가 오는 웻 컨디션에서 발생한 충돌 사고인데, 충돌 당시 속도가 무려 시속 290km여서 사고가 굉장히 크게 발생했었다.

 

참고 | 웻 컨디션이 궁금하다면?

2022.09.25 - [Formula 1 (포뮬러원)/Formula 1 Tech. Stuff] - [Formula 1] #36 - F1 경주(Race)와 웻 컨디션(Wet Condition) 알아보기

 

[Formula 1] #36 - F1 경주(Race)와 웻 컨디션(Wet Condition) 알아보기

들어가며  올해 모나코 그랑프리(Monaco Grand Prix)는 엄청난 비로 인해 꽤나 오랜 시간 동안 딜레이 되었다. 심지어 2021년 벨기에 그랑프리(Belgium Grand Prix) 때는 심지어 레이스가 도중에 취소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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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히 보타스와 러셀 모두 크게 다치지는 않았으나, 사고 직후 당시 영상을 보면 두 드라이버가 굉장히 격분되어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누구의 잘못인가?

 

 당시 '누구의 잘못이냐'를 주제로 수많은 F1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물론 F1에서 두 차량이 충돌해서 함께 리타이어 하는 경우는 흔한 경우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잘잘못을 판단하고 그에 응당한 페널티를 주는 것이다.

 

 사고 당시 상황을 이해하고, 사고 내용을 보고, FIA가 왜 레이싱 인시던트로 판단했는지 알아보자.


당시 상황은 어떠했나

 그 당시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해보면 이러하다.

 

 당시 윌리엄스 소속이었던 조지 러셀은 앞서 있던 발테리 보타스 뒤에 바짝 붙어 슬립스트림(Slipstream)과 DRS를 열어 발테리 보타스보다 속도가 더 빨랐다. 즉, 러셀은 이몰라 서킷의 첫 번째 코너인 턴 2를 향해 보타스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었다.

 

참고 | Turn 1은 첫번째 코너(First Corner)가 아닐 수 있다?
 서킷에서 첫번째 코너(First Corner)를 정하는 기준이 있다. '첫 방향의 변화가 45˚ 이상이면서 동시에 코너 래디우스(radius)가 300m 미만인 코너'가 첫번째 코너다. 그렇기 때문에 서킷의 턴 1이 이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다면, 턴 2가 첫번째 코너가 될 수 있다. 트랙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이전 포스팅을 참고하자.

 

2022.09.26 - [Formula 1 (포뮬러원)/Formula 1 Tech. Stuff] - [Formula 1] #37 - 포뮬러원에서 말하는 트랙 적합성(Track Suitability)

 

[Formula 1] #37 - 포뮬러원에서 말하는 트랙 적합성(Track Suitability)

들어가며  F1 경기는 알다시피 일 년 동안 20개가 넘는 나라에서 개최된다. F1 관중으로서, F1의 열렬한 팬으로서 세계 각국의 개성 있는 트랙에서 열리는 경기를 보면서 다양한 형태의 레이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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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이몰라 서킷의 레이아웃을 보면, 턴 1은 살짝 우측으로 꺾는 코너이고, 턴 1과 턴 2 사이에는 턴으로 치지는 않는 살짝 왼쪽으로 꺾이는 부분이 있다. (이건 왜 턴으로 치지 않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상황. 녹색 라인이 보타스이고, 푸른색 라인이 러셀의 라인이다. (출처 : Youtube Channel Chainbear)

 살짝 왼쪽으로 꺾이는 부분 즈음에서 러셀은 보타스를 바깥으로 추월하기 위해 우측으로 가고 있었는데, 보타스는 왼쪽으로 꺾이는 부분이기 때문에 레이싱 라인을 탔고, 이로 인해 러셀은 공간을 충분히 받지 못함과 동시에 보타스의 움직임을 본능적으로 피했고, 이로 인해 러셀의 차량의 절반이 트랙 밖으로 나갔다. 이로 인해 순간적으로 뒷바퀴의 그립을 잃어 사고가 발생했다.

 

보타스를 때찌하는 러셀

 러셀은 사고 직후에 보타스 차량으로 가 헬멧을 손으로 치며 바로 화를 표현했고, 이후 보타스는 이런 웻 컨디션에서 과도하게 추월을 시도한 러셀에게 잘못이 있다고 했다.

 

 대체 누구 잘못인가?


FIA의 판단은...?

(출처 : Sky Sports F1)

 앞서 말한 대로 결과적으로 이는 레이스 인시던트로 판결 났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한 법. 왜 레이스 인시던트로 판결 났는지 살펴보자.

 

(출처 : www.planetf1.com/)

 첫째로 보타스가 잘못했는지 보자.

 

 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왼쪽으로 살짝 꺾이는 부분이었다. 여기서 보타스가 해당 레이싱 라인을 타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핵심은 보타스가 '일부러 러셀을 위협하기 위해 위험하게 그리고 공격적으로 막았는가'인데, 영상을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렇게 공격적인 행동으로 판단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냥 레이싱 라인을 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렇기에 오히려 이 순간 러셀이 본인의 공간이 닫히는 것에 대해 과하게 반응했다고 FIA는 판단했다. 만약 러셀이 과하게 반응하지 않고 그냥 본인의 라인을 달렸더라면 이후 다른 추월 포인트에서 추월을 했을지도 모른다.

 

(출처 : formulaspy.com)

 그럼 러셀의 잘못이라는 걸까?

 

 잘못이라기보다는 '러셀의 실수' 정도가 맞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물론 레이싱 규정 관점에서 잘못된 행동은 아니다. 그저 경쟁이 높은 온도로 과열된 상황에서 러셀이 '실수'로 미끄러운 노면을 밟은 것이고, 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FIA는 판단했다. 하지만 러셀의 잘못은 또 아니다.

 

이러한 FIA 판단으로 레이싱 인시던트로 끝이 났다. 참 애매한 사고이기는 했다. 그렇기에 당시 이슈가 된 것이 아닐까 싶다. 


마치며

 이번 포스팅에서는 레이스 인시던트에 대해 조금 깊이 파헤쳐봤다. 조사하면서 드라이빙 관련 규정이 굉장히 자세할 줄 알았는데, 꽤나 간결해서 놀랬다. 드라이버에게 자유재량을 줄 수 있다는 관점에서 오히려 맞는 방향인 것 같기도 하다.

 

 F1 경기를 보다 보면 사고가 엄청나게 많이 발생한다. 명확하게 누구의 잘못이다라는 판결이 나오기도 하지만, 때때로 관점에 따라 누군가의 명백한 잘못인 것으로 보이는 데에도 불구하고 레이싱 인시던트로 판결 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스튜어드들이 잘못 판단하는 경우도 있겠으나, 이러한 여기에 엄청난 열을 올리면서, 화를 내고, 특정 드라이버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나 드라이버가 사고가 나는 경우 물론 속상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 드라이버들의 상황과 스튜어드들의 판단을 이해하고 그저 'F1의 관중'으로서 레이스를 재밌게 시청하는 것이 F1 경기를 더욱더 재밌게 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날 잡고 F1 테크니컬 레귤레이션(Technical Regulation)과 스포팅 레귤레이션(Sporting Regulation)을 정독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 회사에서 틈 날 때마다 영어 공부 겸 겸사겸사 해볼까 싶기도 하고...

 

 아무쪼록 다음 포스팅은 F1을 처음 보는 사람들이 가지는 궁금증 'F1에서 차량이 중요한가? 드라이버가 중요한가?'에 대해 정리해보려 한다. 과거 자료 데이터를 정리해야 해서 조금 걸릴 것 같기는 하지만... 짬 내서 정리를 좀 잘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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