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갑자기 생각이 들었다.
'ETF 가격은 누가 정하지?'
이번 포스팅에서는 ETF가 무엇인지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며, 최종적으로 ETF 상품의 가격이 정해지는 원리에 대해서 의식의 흐름대로 살펴보려고 한다. 레쯔-고.
목차
- ETF란?
- ETF 가격 (내 맘대로 생각)
- 하지만 의문점이...?
- ETF 가격 책정 원리
발행시장 / 유통시장
AP(Authorized Participant) 란?
설정(Creation) - 상환(Redemption)
차액거래(Arbitrage) 메커니즘
AP가 ETF 가격을 너무 통제해버리면?
AP가 시장에 가져다주는 이점
먼저.. ETF란?
Exchange-Traded Fund. 한국말로는 '상장지수 펀드'라 한다. ETF는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한, 거래 목적의 펀드 상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거래비용이 낮고, 세금이 적으며 주식과 비슷한 특징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투자하는 상품이다.
특정 인덱스(다우존스지수, S&P500 등)를 추종하는 ETF부터, 원자재(금 등)를 추종하는 ETF, 인버스(Inverse) ETF까지 다양한 ETF가 거래되고 있다.
ETF 가격 (내 맘대로 생각)
처음에 ETF의 가격 책정은 이런 식으로 되는 줄 알았다.
어떤 사람이 주식 투자를 위해 돈을 10만원 정도 모았다고 해보자. 요즘 들어 기술주가 유망한 것 같아, 이 사람은 애플이나 마이크로스프트 같은 기업에 투자를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기술주를 대표하는 아마존(AMZN), 마이크로소프트(MSFT), 애플(AAPL)의 주식을 사려고 보니 내가 살 수 없다. 왜냐면 한꺼번에 살 그만큼의 목돈이 없다. 하지만 여전히 기술주에는 투자를 하고 싶다.
이때 증권사에서 개발한 상품이 ETF인 것이다. 일단 증권사에서 기술주 기업들 여러 개를 각각 일정 비율로 사들인다. 예를 들어 현재 잘 나가는 기술주 기업 TOP 100의 주식을 동등한 비율로 1000만원 어치를 샀다고 해보자. 증권사에서 이를 10만원 짜리로 쪼개서, 10만원 짜리의 상품 100개를 만든다. 그리고 이 증권사는 이것을 ETF라고 명명한다.
이 증권사는 자금이 부족한 투자자들 대신 주식을 사들이고 하는 노력이 있기에, 펀드 운용비를 포함시키기로 한다. 운용비를 대충 1%로 잡으면 1천원이므로, ETF 하나의 가격은 최종적으로 10만 1천원이 된다. 증권사는 이 상품을 주식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의문점이...?
가만 생각해보면 ETF도 주식시장에서 판매되는 일종의 주식이다.
주식을 또 가만 생각해보면, 인기가 많은 주식은 이 주식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간다. 가격이 상승하는 데에는 그 끝이 없다. (정확히는 상한선이 정해져있긴 하지만...) 만약 인기가 없는 주식은 팔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진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주가는 '사람들의 수요에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가격'이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ETF도 주식시장에서 판매되는 일종의 주식이다. 만약 인기가 많은 ETF라면? 주식처럼 가격이 한 없이 상승할 것이다. 인기가 없어진다면? 가격은 주식처럼 하락할 것이다.
기술주를 추종하는 기술주 ETF를 구매했는데,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는 올라가지만 내가 구매한 기술주 ETF의 가격은 떨어질 수도 있다.
이게 말이 되나?!
ETF 가격 책정 원리
(참고 링크 - Investopedia: What Is an Authorized Participant?)
자 이제부터 진짜 ETF의 가격이 책정되는 원리에 대해서 살펴볼 것이다.
발행시장 / 유통시장
먼저 주식 시장에는 크게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으로 구분 지을 수 있다.
발행시장(Primary Market)은 영어를 직역하면 '1차 시장'이다. 회사가 자금을 조달하려고 할 때, 이 회사는 몇 가지 방법(IPO 공모, 유상증자, 무상증자 등)으로 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 투자자는 이러한 방식으로 기업이 발행하는 주식을 구매할 수 있다. 이렇게 기업과 투자자 사이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 발행시장이다.
유통시장(Secondary Market)은 영어를 직역하면 '2차 시장'이다. 투자자 간에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다. 공모나 증자를 통해 구매한 주식을 팔거나, 또는 다른 투자자로부터 주식을 살 수 있는 시장이다. 흔히 말하는 코스피 시장, 코스닥 시장이 유통시장이다.
AP(Authorized Participant) 란?
AP는 Authorized Participant의 약자로, ETF를 설정(create)하고 상환(redeem)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집단을 의미한다. 전통적으로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 제이피 모건 체이즈 (JP Morgan Chase),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가 AP의 역할을 한다.
AP들은 ETF 주식을 만드는 데 요구되는 기초자산(Underlying Asset)을 얻어 ETF 시장에 유동성을 가져다 준다. 만약에 시장에 ETF가 부족할 때면 AP들은 ETF를 더 만들어내고, 반대로 ETF가 기초자산 대비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에 ETF 주식을 줄여준다. 정리하면 설정과 반환을 통한 차액거래(Arbitrage) 메커니즘으로 ETF의 가격을 기초자산의 순자산가치에 맞게 조절해준다.
설정? 상환?
기초자산? 순자산가치?
말이 너무 어렵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알아가보자!
설정(Creation) - 상환(Redemption)
먼저 설정(Creation)에 대해 알아보자. AP의 역할 중 하나는 ETF를 구성하는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라면, AP들은 시가총액에 의해 그 비중이 정해지는 S&P500의 종목들을 구매하고, 이 주식들을 ETF를 직접적으로 발행하고 관리하고 상품화하는 재무회사에게 가져다 준다. 이때 이러한 재무회사를 'ETF 발행사(ETF Issuer 또는 ETF Sponsor)'라 지칭한다. 아무튼 AP가 ETF 발행사에게 주식들을 가져다 주면, ETF 발행사는 AP에게 '설정 단위(Creation Unit)'만큼의 ETF 묶음을 준다. 이를 설정(Creation)이라고 한다.
반대의 경우인 상환(Redemption) 과정을 알아보자. AP의 또 다른 역할 중 하나는 ETF를 사들이는 것이다. 어떠한 이유 (ETF 값이 떨어지거나, ETF를 구성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 등등) 유통시장에서 ETF를 사들인다. 사들인 ETF를 '설정 단위'만큼 ETF 발행사에게 가져다주면, 그 대가로 AP는 ETF를 구성하던 주식을 되돌려받는다. 이를 상환(Redemption)이라고 한다.
참고) ETF 발행사는 경우에 따라 여러 AP들로부터 주식들을 조달 받을 수 있다. ETF를 구성하는 것이 주식이냐 채권이냐에 따라 ETF Sponsor가 조달 받는 AP의 수가 달라지는데, 보통 채권보다 거래량이 많은 주식의 경우 여러 AP를 이용한다.
차액거래(Arbitrage) 메커니즘
주식을 조달해준 AP들은 ETF 발행사로부터 특별한 보상 같은 것은 받지 않는다. 단지 생성 단위(creation unit)만큼의 ETF 묶음을 받을 뿐이다.
실질적으로 AP의 역할 중 ETF를 설정(creation)하거나 상환(redemption)할 법적인 의무는 없다. 그럼 AP는 왜 굳이 주식을 ETF 발행사한테 조달하고 생성 단위만큼의 ETF 묶음을 받을까? 정답은 AP는 유통시장(Secondary Market)의 활동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AP는 유통시장에서 어떻게 이득을 취할까? AP는 ETF 발행사로부터 ETF라는 꽤나 매력적인 펀드 상품을 받는다. 이제 AP는 ETF를 구성하는 주식들의 순자산가치(쉽게 말해 주가)를 내포하고 있는 ETF를 유통시장에서 사고 팔아서 시세차익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술주들의 주가가 잠시 상승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AP는 유통시장에서 ETF를 생성 단위(creation unit)만큼 사들여 ETF 발행사에게 찾아간다. '생성 단위만큼 ETF를 가져왔으니, 이전에 내가 조달했던 주식 다시 줘!'. 되돌려 받은 주식을 유통시장에 팔아 그만큼의 주가 시세차익을 얻는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기술주들의 주가가 잠시 하락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AP는 값싼 주식들을 사들여 ETF 발행사에게 찾아간다. 대가로 생성 단위만큼의 ETF를 받아 유통시장에 내다 판다. 하락한 주가는 아직 ETF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ETF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ETF 발행사의 이득은?
ETF 발행사는 유통시장에서 일일이 주식을 구매할 노력을 덜 수 있다. AP들이 알아서 주식을 모아다 가져다주면 생성 단위만큼 ETF를 주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운용 측면에서 편한 이점이 있다.
AP가 ETF 가격을 너무 통제해버리면?
그럼 AP가 ETF 가격을 통제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답은 '아니다'. 여러 AP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끼리 경쟁한다.
예를 들어, ETF 가격이 오르면 AP들은 갖고 있는 ETF를 팔 것이다. 그럼 유통시장에 공급이 많아져 ETF 가격이 떨어질 것이다. 만약 ETF 가격이 많이 떨어지면, AP는 다시 ETF를 사들여 상환할 것이다. 이렇게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자연스럽게 맞춰지는 것이다.
그렇고 저렇고 간에 AP는 기본적으로 대량 환매를 통해 시장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시장선도자 역할을 수행한다.
AP가 시장에 가져다주는 이점
그럼 AP를 통해 우리는 뭐가 이득일까?
AP가 있기에 투자자들은 애초에 주식이 갖고 있던 기초자산의 순자산가치와 거의 근접한 ETF를 보유할 수 있다.
만약에 AP가 없다고 해보자. 그럼 ETF는 거의 폐쇄형 펀드와 동일하게 되어버린다. 아까 내가 걱정했던 것과 같이, ETF의 가격이 ETF를 구성하는 주식 종목들의 가치와는 상관 없이 ETF의 인기에 따라 그 가격이 들쑥날쑥 해져버릴 것이다. (폐쇄형펀드* 중 이렇게 주식 종목의 가치와 동떨어진 가격을 형성하는 폐쇄형 펀드들이 있다.) 하지만 AP가 있음으로 ETF 가격이 순자산가치와 매우 가까운 가격으로 형성된다.
폐쇄형펀드란?
투자자가 환매청구를 할 수 없고, 펀드 지분의 추가 발행이 제한되는 펀드이다. 펀드의 존속기한이 정해져 있다. 순자산가치에 근접한 가격으로 거래되는 개방형 펀드와는 다르게, 시장 가격으로 거래가 되는 펀드이다.
AP는 ETF를 순자산가치와 가깝게 그 가격을 유지시켜주기 때문에, 시장의 투명성을 증가시켜준다.
많은 투자자들이 ETF를 살 때 특정 자산(e.g. 지수, 금 등)에 베팅을 건다. 대부분의 경우 명확하게 ETF를 구매하는 사람은 그 가격이 오르길 바란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순자산가치보다 큰 가격으로 거래되는지, 작은 가격으로 거래가 되는지 알고 싶어하지도 않고 조사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AP는 ETF 가격이 너무 큰 프리미엄이나 할인이 붙지 않도록 투명성을 보장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여러 AP들이 있다는 것은 특정 ETF의 유동성을 향상시켜준다.
경쟁은 공정한 가격에 ETF가 거래되도록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AP가 많으면 많을수록 시장이 더 나은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해준다.
요약
- AP가 ETF의 가격을 순자산가치에 근접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 ETF의 가격은 '설정과 상환'을 통한 '차액거래 메커니즘'으로 결정된다.
- AP가 있기에 ETF의 가격이 유지된다.
마치며
사실 ETF 가격 원리 알 필요는 없다. AP 덕분에 우리는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제대로 지수를 추종하고 있는지 알 필요가 없게끔 한다. 언급한 대로 시장에 투명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아무리 투명성이 있다고 하지만 이번 포스팅을 하면서 유통시장, 발행시장, AP 등등에 대해서 제대로 알게 되었다. 항상 스스로에게 강조하지만 이 세상에 쓸모 없는 지식은 없다!
지금까지 ETF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잘 몰랐고, 그렇기 때문에 아직 ETF 투자는 해보지 않았다. 이번 포스팅을 하면서 약간 ETF에 신뢰가 가기 시작한 것 같다. AP 덕분에 잘 돌아가고 있으니까~. 내가 공부하다가 정리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ETF에 관해 궁금하셨던 분들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아무튼 간에 일단 지금 내 주식 포트폴리오가 굉장히 ETF 같기 때문에, 내 주식 포트폴리오부터 중간 점검을 좀 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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