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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CS/경제 이것저것

경제 이것저것 #04: 보험의 역사 - 화재보험/해상무역보험

관리자 2021. 6. 2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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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이희경의 오천만의 생활경제 : <최준영의 세계 경제 기행> - 보험의 역사 1편"을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보험회사의 수익 구조를 알아보던 중 문득 보험산업의 역사가 궁금해졌다. 주변을 보면 OO해상, OO생명, OO화재 등 다양한 보험이 있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의료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 등이 있고,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생명보험/실손보험/화재보험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보험산업은 어떻게 시작이 됐고 현재까지 어떻게 발전하게 되었는지 '보험의 역사'에 대해 화재보험/해상보험/생명보험을 중심으로 두 번의 포스팅으로 정리해보려 한다. 레쯔고.


영국의 골칫거리, 화재

 보험 개념의 첫 등장은 영국에서 시작된다. 예전 영국에는 목조건물들이 많았다. 당시 사람들은 지금처럼 도시를 중심으로 하여 모여 살았다. 하지만 모여서 사는 경우에는 전염병이 퍼지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그 질병에 걸렸고, 만약 한 집에서 불이 나면 금방 번지기 일쑤였다. 그렇기에 도시에는 곳곳에 방화벽이나 방화지대 등이 있었다. 이렇게 사람들이 도시를 중심으로 모여 살던 중 종종 크고 작은 규모의 화재가 발생했었다. 하지만 방화벽이나 방화지대 말고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다시 건물을 짓곤 했다.

 그러던 중 드디어 터질 것이 터지고 말았다. 때는 1666년. 런던대화재라는 거대한 규모의 화재가 발생했다. 런던 전역을 거의 다 태웠다. 5일 동안 집 13000채가 타버렸고, 런던 인구 8만 중 7만이 집을 잃었으며 심지어는 성당까지도 타버렸다.

런던 대화재 (출처: 위키피디아)

 크고 작은 화재 발생에 조치를 취하지 않던 런던 시·정부는 런던대화재라는 거대한 화재가 발생하자 드디어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런던 시에 목조 건물을 건설하는 것을 금지시켜 집들을 모두 돌이나 벽돌로 지으라고 명령했다. (이 때문에 런던에는 지금도 석조건물이 많다.) 이러면서 드디어 '화재보험'이라는 보험의 개념이 등장하게 된다. 뭐든지 사람은 필요로 해야 무언가를 만드는 것 같다.

런던대화재
1666년 9월 2일 일요일부터 9월 6일 목요일까지 5일 동안 런던을 휩쓴 화재

 

현대 보험 개념의 등장 (feat. 화재보험)

 이전에 영국엔 여러 장인들이 있었고 이들끼리는 '길드'를 만들고 있었다. 예를 들어 유리공끼리는 유리공 길드를 만들었고, 건축가끼리는 건축가 길드를 만들었다. 이러한 길드들 중에 유리공 길드나 대장장이 길드와 같이 불을 많이 만지는 길드 구성원들은 종종 화재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었다. 화재로 인한 피해를 대비하기 위해 서로 돈을 조금씩 모아서 화재가 났을 때 모은 그 돈으로 서로를 도와주기로 약속했다. 이처럼 비슷한 걱정을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그 걱정을 대비하는 보험의 개념이 길드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이러던 와중에 앞서 언급한 런던 대화재가 발생하면서 런던의 왕은 이러한 화재가 발생했을 때에 대비해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명령했다. 이 때 당시 치과의사였던 니콜라스 바본(Nicholas Barbon)이 그 해결책을 제시했다. 니콜라스는 당시 길드들이 사용하던 방식을 따라 '서로가 일정 금액의 돈을 내 모으고 있다가 화재가 나면 도와주도록 해보자!'라는 제안을 하게 된다. 이에 런던 시민들은 귀가 솔깃했다. 니콜라스 바본이 최초의 현대적인 보험의 개념을 제시한 것이다.

니콜라스 바본 (Nicholas Barbon)


 이러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니콜라스 바본은 'Fire Office'라는 사무실을 차려 자신이 제안한 방식으로 사람들의 돈을 모아 보험을 제공하게 했다. 이 Fire Office를 본 사람들은 하나 깨달은 것이 있었다. '생각보다 불이 많이 나지 않는구나!'. Fire Office에 모이는 돈에 비해 화재가 생각보다 많이 발생하지는 않았고, 이렇기 때문에 바본이 하는 사업이 돈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너도 나도 비슷한 사무소를 열기 시작했고, Fire Office와 비슷한 민간 보험회사가 우후죽순 으로 많아지게 되었다. 개중에는 바본에게 '나도 좀 끼워줘~' 하며 자본을 대는 사람들이 있었고, 1680년에는 여러 사람들이 자본을 대는 합자회사가 등장하게 되었다. 이 무렵 공공회사였던 Fire Office가 민영회사로 바뀌게 되었다.

해상무역보험의 등장

출처: www.shippersjournal.com

 Fire Office로 화재보험이 어마어마하게 인기를 끌었던 당시는 해상무역이 무역의 주를 이뤘던 대항해시대였다. 당시 무역하던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것이 해상에서의 여러 사고들이었다. 영국에서 발트해까지 갔다가 돌아오려 하는데 배가 가라앉기라도 한다면 전 재산을 잃었다. 더군다나 배 가격 또한 상당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역인들은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를 본 머리 좋은 상인은 그 사람에게 특별한 제안을 한다.

'너가 나한테 일정 금액을 주면, 내가 너의 항해를 책임져줄게. 배가 가라앉거나, 화물이 피해를 보거나 하면 약속한 금액을 보상해준다 말이야. 어때?'

 배의 상태, 항해 경로, 화물 형태 등을 고려하여 철저한 계산을 거쳐 계약금을 제시한 상인. 이 제안에 무역인은 상인의 제안에 오케이!하고 이렇게 둘은 모종의 약속을 했다.

보험의 성지, 로이드 커피샵

로이드 커피하우스에서 계약 중인 사람들

 이러한 계약은 주로 로이드 커피하우스(Lloyd's Coffee House)에서 이루어졌다. 이곳에서 무역인들과 상인들이 모여 앞서 말한 것과 같은 약속을 맺곤 했다. 이러한 약속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굳이 말로 하지 않고 벽에다가 자신의 항해 내용을 써 붙이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구 인]
런던에서 발트해까지 다녀옴
배 상태 양호
화물 양 적절



 커피숍의 주인이었던 에드워드 로이드(Edward Lloyd)는 벽보를 모아서 그 리스트를 상인들에게 배포했다. 이것이 지금까지 약 300년간 배포되고 있는 로이드 리스트(Lloyd's List)이다. 에드워드가 리스트를 발간함으로써 커피숍이 일종의 중개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과거 슬립(slip)과 언더라이팅(underwriting) 서명


 점점 계약 건수가 많아지자 사람들은 앉아서 보상내역이 어떻고.. 계약금액은 얼마고.. 하는 내용을 구두로 논의하고 약속하는 것도 귀찮아졌다. 그래서 계약 내용을 종이 한 장에 담아 이 종이를 내밀면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현대 보험의 약관계약서의 시초이며, 당시 이것을 슬립(Slip)이라고 했다. 또한 계약서 하단에 서명을 했는데 이것을 언더라이팅(Underwriting)이라고 했으며, 이는 보험의 위험을 심사하고 인수한다는 의미로 용어가 지금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로이드 커피샵에서 런던 로이즈까지

런던 로이즈 (Lloyd’s of London)

 화재보험과 해상무역보험을 중심으로 점점 보험산업이 성장해나갔다. 보험사업으로 돈을 잘 번다하는 사람들끼리는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그들끼리 힘을 합쳐 한바탕 하기를 계획한다. 이렇게 유명한 언더라이터(Underwriter) 79명이 모여 로이즈 협회(Lloyd's Register)를 만든다. 이 79명의 언더라이터가 아니라도 괜찮지만, 이 사람들이 가장 신뢰도가 높았도 굴리는 자금도 많았기에 이들의 사업은 당연히 성행하기 시작했고, 그 유명세를 타 런던 로이즈(Lloyd's of London)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런던 로이즈는 지금까지도 바다 산업 분야의 보험 중 유명하다.

 

런던 로이즈는 이후..

 이후 런던 로이즈는 보험 거래소의 역할을 하게 됐다. 현대로 오면서 선박 해상 규모가 점점 커졌고, 이로 인해 한 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하기가 어려워졌다. 만약 사고라도 난다 치면 그 회사는 파산할 수도 있게 될 규모가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다른 회사에게 '내가 이런 보험을 맡았는데, 일정 금액을 지급할테니 이 계약을 좀 나눠서 하자'고 제안한다. 이렇게 보험의 '재보험' 개념이 등장했다.

 또한 이러한 해상보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앞서 말한 언더라이팅 즉, 배를 평가하는 것이었다. 배의 상태가 어떤지 정확히 파악해야 위험도를 책정할 수 있고, 이러한 위험도를 바탕으로 보험 계약금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를 검사하는 작업을 선급이라고 하며, 이를 로이드 선급(Lloyd's Register)이 담당했다.

선급협회 (Classification Society)
선박과 수운 관련 시설의 환경을 유지하고 항해의 안전을 촉진하는 일을 하고 있는 선박 감정인과 관련된 사람에 의해 구성된 비정부 조직이다.

다음 편에선 생명 보험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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