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에서 차량의 무게는 굉장히 중요하다. 무게가 가벼울수록 다운포스나 그립 등 다방면에서 영향을 미치겠지만 무엇보다도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F1에서는 최대한 무게를 줄이기 위해 탄소 섬유(Carbon Fiber)를 사용하고 있다.
F1에서 말하는 '무게(Weight)'는 결국 차량의 무게와 드라이버의 무게이다. 이러한 무게에 대한 규정이 F1 2019 시즌으로 넘어오면서 다소 변경됐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변한 규정을 다루면서 동시에 F1 차량의 무게 배분(Weight Distribution)이 어떤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목차]
- 차량 무게 규정의 변화
- 드라이버가 가벼울수록 좋다?
- 밸러스트의 중요성
- 무게 배분이 미치는 영향
#1 타이어 Load
#2 가속acceleration
- 밸러스트의 위치는 어디로?
- 모멘트moment?
- 관성inertia? (질량 중심 (Centor of Mass))
- 위 아래 무게 분배 (Vertical Weight Distribution)
- 변화된 규정에 대한 최종 고찰 (결론)
차량 무게 규정의 변화 (F1 2019부터)
[F1의 무게 규정]
F1 2018 : 차량 무게 최소 733kg
→ F1 2019 : 차량 무게 최소 660kg & 드라이버 및 시트 무게 최소 80kg
F1 2018 시즌에는 차량과 드라이버 무게를 합한 것이 연료를 제외하고 최소 733kg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F1 2019 시즌부터 시트 무게를 포함한 드라이버의 무게가 최소 80kg를 만족해야 한다. 또한 차량의 무게는 660kg(로 변경되었다.
이는 결국 안전상의 이유인데 팀들이 더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 무게를 과하게 줄이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질량 1kg이 늘어날때마다 트랙에서 가속하는 데에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내가 등에 짐을 하나 싣고 운동장을 뛴다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사실 질량(mass)과 무게(weight)는 엄밀히 말하면 다른 개념이지만 (중학교 과학 시간에 배웠던 것 같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다룰 내용에서는 질량이나 무게나 크게 설명하는 데에 차이가 없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말자.
드라이버가 가벼울수록 좋다?
무게에 대한 규정이 바뀌었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차량 무게와 드라이버 무게를 따로 재야 한다. 한번에 재는 것과 따로 재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다.
또한 흔히 알고 있듯이 F1에서는 체구가 작고 가벼운 드라이버일수록 좋다. 65kg의 드라이버와 75kg의 드라이버가 있다고 해보자. F1의 무게 규정을 맞춰야하기 때문에 차량 무게와 한꺼번에 재면 어차피 총 무게는 똑같다. 그런데 왜 더 적은 무게가 나가는 드라이버가 더 좋은 성능을 내는 것일까? 굳이 심하게 감량하면 건강하지도 않을텐데?
정답은 무게 배분(Weight Distribution)에 있다.
밸러스트의 중요성
Ballast(발음은 '밸러스트')는 선체에 가해지는 횡력, 즉 기울어지려는 힘에 저항하는 운동량(momentum)을 제공하기 위해 배의 바닥 부분에 싣는 중량물이다. 밸러스트ballast가 충분하지 않은 배는 배의 하부에 중량이 없고 무게 중심이 위쪽으로 형성돼서 강풍에서 과도하게 기울어질 수 있다. 심하면 선박이 뒤집히는 경우도 있다. 배를 화물 없이 항해해야 하는 경우에는 선박기울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의미 없는 밸러스트ballast를 싣기도 한다.
밸러스트ballast는 비행기에서도 사용된다고 한다.
이러한 밸러스트ballast가 F1 차량에도 이용된다. 배에서 사용되었던 것처럼 차량의 무게 중심을 맞추기 위해 사용된다. F1의 경우 차량의 안정성을 위해 철저히 계산해서 밸러스트ballast를 추가한다.
일단 F1 차량을 최대한 가볍게 만든다. 이렇게 가볍게 만들어진 차량에다가 최소 무게를 맞추기 위해 밸러스트ballast를 놓는다. 주로 밀도가 높아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큰 무게를 줄 수 있는 텅스텐을 사용한다.
그럼 무게 배분이 F1 차량에서 얼마나 중요하고 어떤 영향을 주길래 이렇게 무게 배분이 강조되는 것일까?
무게 배분이 미치는 영향
#1 타이어 Load
첫째로 무게 배분에 따라 타이어에 가해지는 Load의 양이 달라진다. 가만 생각해보면 F1 경기에서 바닥과 닿는 유일한 물체는 타이어뿐이다. (가끔 플로어가 닿기는 하지만..) 그래서 궁극적으로 F1 차량의 모든 무게는 타이어에 실린다. 만약 타이어에 너무 많은 무게가 실리면 쉽게 뜨거워질 수 있는데 (이를 오버힛overheat 된다고 한다), 이는 타이어의 성능 저하(degradation)을 가져오고 그립(grip)을 잃게 만든다. 반대로 만약 너무 적은 무게가 실리면 쉽게 슬립slip이 나고 브레이크 락brake lock이 쉽게 걸려 버린다.
이러한 이유로 피렐리는 당연하게 앞 타이어와 뒷 타이어에 특정한 무게 threshold를 지정하여 디자인한다. 더불어 F1의 규칙 중 (연료가 많이 담기지 않은 퀄리파잉동안) '앞 타이어와 뒷 타이어에 각각 333kg, 393kg보다 적은 무게가 가해지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의무화하면서, 타이어에 가해지는 load의 양이 너무 적어지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2 가속acceleration
두 번째로 가속(acceleration)을 고려해야 한다. 후륜구동인 F1 차량의 특성 상 모든 가속은 뒷 바퀴에서 나온다. 뒷 바퀴에 더 많은 무게가 가해질 수록 코너를 도는 동안 그리고 코너를 빠져나올 때에 더 많은 트랙션traction을 가져오고, 이는 더 가속이 잘 되도록 한다. 뒷 바퀴와 트랙션의 불균형은 드라이버에게 차량을 모는 데에 고통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밸러스트의 위치는 어디로?
이와 관련해서 우리가 알아야할 것은 모멘트moment와 관성inertia이다.
모멘트moment?
[정리]
밸러스트ballast를 최대한 회전점pivot point에 가깝게 두는 것이 좋다.
모멘트moment는 돌리는 힘turning force이다. 다시 말해 어떤 물체를 회전시키는 힘이다. 모멘트moment라는 힘을 설명하려면 회전점pivot point과 그 지점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 하는 거리distance와 얼마만큼의 힘이 가해지는가 하는 힘force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쉽게 문을 생각해보자. 만약에 힌지랑 가까운 곳에서 문을 열고 닫으면 힘들다. 하지만 힌지와 멀리 떨어진 손잡이를 이용하여 문을 열고 닫는 것은 이전에 비해 더 쉽다.
참고로 실제 모멘트moment의 정의는 "pivot point로부터 떨어진 거리 x 가하는 힘"으로 계산된다.
다른 예로 시소를 생각해보자. 시소의 중간점에서 2m 떨어진 곳에 1kg의 물체가 있다고 해보자. 그럼 반대편에 1m떨어진 곳에 2kg의 물체를 두면 시소가 평평해진다. 중간점에 가까울수록 더 많은 질량이 필요하다는 것.
같은 원리의 다른 예로, 이 시소의 3m에 100kg물체를 두면 이 물체를 들어올리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 물체를 시소의 중간으로 가까이 가져가면 더 들기 쉬워진다.
이를 조금 더 쉽게 느끼려면 집에 있는 망치를 들고 휘둘러보자. 망치를 원래대로 잡으면 회전시키기 굉장히 무거운 느낌이 든다. 하지만 망치를 반대로 잡으면 굉장히 가볍게 느껴진다.
아무튼 정리하면 첫번째로 우리가 기억해야할 내용은 '회전점pivot point로부터 멀리 떨어질수록 물체를 회전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제 최종적으로 모멘트moment에 대한 개념을 적용하기 위해 F1 차량으로 돌아가보자. 네 바퀴 중간 어디 지점 즈음이 회전점pivot point이 될 것이다. 아마 이제 모멘트moment의 개념을 이해한 사람은 무게를 그 회전점pivot point보다 멀리두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멀리둘수록 차량을 회전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차량이 날렵해지지 못하고 둔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무게를 최대한 회전점pivot point에 가깝게 두는 것이 좋다.
관성inertia?
다음으로 관성에 대해 알아보자. 그전에 'Center of Mass', 즉 질량 중심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이 개념은 무게 중심과는 다른 개념임에 유의하자.)
질량 중심Center of Mass
질량 중심은 간단하게 말하면, '한 물체에 있는 모든 질량의 평균 지점'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어떤 플라스틱으로 된 직사각형의 질량 중심은 위 그림에서 점 'G'다. 만약 이 물체가 왼쪽 절반은 플라스틱, 오른쪽 절반은 철이라고 하면, 철이 질량이 더 크기 때문에 질량 중심은 철 쪽으로 기울게 될 것이다. 이러한 질량 중심은 결국 balance point가 되는데, 철 쪽에 시소와 같이 중심점을 두면 물체가 기울지 않게 된다.
이를 F1 차량에 적용시켜보면, 우리는 이러한 질량 중심을 F1 차량에 어디에 위치시킬지 정함으로써 앞서 언급한 타이어에 가해지는 무게를 조절할 수 있다.
관성inertia
다시 돌아와서 관성inertia에 대해 살펴보자.
관성은 어떤 물체가 속도 변화에 저항하는 힘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그냥 움직이던대로 움직이려는 성질이다. 만약 차량이 움직이고 있을 때 실제 차량은 지금 움직이는 것과 다르게 움직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물체는 방향과 속도를 바꾸고 싶어하지 않고, 움직이던 그대로 움직이려고 한다. 만약 내가 어떠한 특별한 동작(예를 들어, 가속, 브레이킹, 핸들 조향 등)을 위해 힘을 가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움직이려는 성질을 가진다. 이러한 성질은 질량이 클수록 크다. 버스를 멈추는 것보다 모닝을 멈추는 것이 더 쉽다.
이러한 관성, 즉 가려던 대로 가려하고 뭔가 방향을 홱 잡아 멈추는 것에 저항하는 성질을 염두해두고, 극단적으로 뒷 바퀴에 모든 무게를 실은 차량이 코너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차량을 회전시키려고 하지만 뒷쪽에 몰린 질량은 그대로 직진하려고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오버스티어(oversteer)가 발생한다. 반대로 차량의 모든 무게가 모두 극단적으로 앞쪽으로 쏠려있다면 앞쪽이 그대로 직진하려는 성질이 강해지므로 언더스티어가 발생한다.
위 아래 무게 분배 (Vertical Weight Distribution)
지금까지 차량의 앞-뒤 무게 분배에 대해서 알아봤으니, 이제 위-아래 무게 분배에 대해 알아보자.
결론부터 먼저 말하면 밸러스트ballast를 전체 질량 중심의 아래 쪽에 최대한 배치하려고 한다. 흠 왜 그럴까?
여기서 한번 더 관성inertia에 대해 생각해보자. 질량 중심이 위쪽으로 형성되어있다고 생각해보자. 질량 중심이 위에 있으면 차량이 양쪽으로 심하게 기울게 된다. 이를 롤링rolling이라고 하는데, 이때 타이어의 무게 분배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차량이 rolling하여 기울면 차량이 기운 쪽 타이어는 더 많은 힘을 받게 되고, 그 반대 타이어는 지면과 붕 뜨면서 무게를 덜 받게 된다. (사실 상 이는 서스펜션과 연관이 깊음. 다른 포스팅에서 다룰 예정.) 하지만 만약 질량 중심이 낮다면 이러한 rolling은 줄어들게 된다.
변화된 규정에 대한 최종 고찰 (결론)
[결론]
가벼운 드라이버일수록 차량 전체 밸런스에 영향을 더 크게 미치는 시트 밸러스트seat ballast를 추가해야하고, 이는 차량 전체 성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제 다시 드라이버로 가보자. 언급한대로 원래 드라이버의 체구가 작고 무게가 적게 나갈수록 무게 배분 측면에서는 유리하다. 하지만 이번 규정에 따라 꼭 그렇지만은 않다.
드라이버와 시트는 포지션 상 밸러스트ballast위치되는 차량의 아래 쪽보다 그 포지션이 더 위 쪽이다. 다시 말해 드라이버와 시트는 밸러스트ballast보다 더 높은 곳에 위치한다. 이 점을 고려했을 때 체구가 크고 무거운 드라이버는 자연스럽게 차량의 질량 중심을 위쪽으로 이동시킨다.
이와 비교했을 때 작고 가벼운 드라이버가 탑승하는 경우 자연스레 상대적으로 질량 중심이 낮은 곳에 위치하게 된다.
드라이버와 시트 무게의 최소 조건을 맞춘다는 것은 '더 가벼운 드라이버는 전략적으로 위치시키는 밸러스트ballast를 통한 이점을 잃게 된다'는 의미이다. 오히려 낮은 질량 중심을 만들어준다는데... 왜 이점이 사라질까?
이것이 무슨 의미냐 하면, 무거운 드라이버가 탑승하면 이 드라이버들은 질량 중심이 기존에 전략적으로 배치시켜놓은 밸러스트ballast에 비해 높은 위치에 위치하므로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가벼운 드라이버가 탑승하면 최소 조건을 맞추기 위해 시트에 밸러스트ballast를 붙여야 하는데, 이러한 시트에 붙는 Ballast(이하 시트 밸러스트seat ballast)는 기존에 전략적으로 배치시켜놓은 밸러스트ballast와 비슷한 높이로 배치되어, 결국 애써 맞춰놓은 질량 중심이 흐트러진다는 의미이다.
만약 시트 밸러스트seat ballast를 고려하여 차량 밸러스트ballast를 맞춰가면 어떨까? 이러한 차량 밸러스트ballast는 결국 또 차량의 최소 무게를 맞추기 위해 사용되는 것인데 시트 밸러스트seat ballast에 의해 밸러스트ballast를 더 빼야하게 된다면 차량 무게 최소 조건을 맞추기가 어려워질 것이고, 더 해야하는 경우라면 차량의 무게가 더 늘어난다.
정리하면 가벼운 드라이버일수록 차량 전체 밸런스에 영향을 더 크게 미치는 시트 밸러스트seat ballast를 추가해야하고, 이는 차량 전체 성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트 밸러스트seat ballast의 높이를 (마치 크고 무거운 드라이버가 탑승한 것과 같이) 위쪽에 배치시키도록 하면, 맞춰놓은 차량의 밸러스트ballast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드라이버와 시트의 무게의 최소 조건을 맞출 수 있기에 더 공평한 규정이 될 것이다.
마치며
F1 차량에서 '무게'와 '무게 배분'이 갖는 의미를 알아봤다. 왜 사람들이 계속 무게, 무게 하는지 알았다. 또한 이러한 무게에 따른 모멘트나 관성을 이해하고 나니, 예전에 잠깐 봤던 차량 구동 방식(FR, RR, FF 등)에 따른 차량 거동의 차이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