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데미안』
- 헤르만 헤세 (Herman Hesse)
개인 평점: ★★★★
한줄평: 선과 악, 진리의 타당성, 신의 존재 여부 그리고 아브락사스(Abraxas)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항상 추천해 주시던 책들이 있었다. 그 책들 중 하나가 <데미안>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표현해 보면 아버지의 '인생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중학교 1학년이 되었던 해였던가, 아버지께서 입이 닳도록 추천해 주셔서 내 귀가 닳을 것만 같아 추천해 주신 책들을 읽어보기로 결심했다. 결과는 역시 처참했다. 어린 시절의 나는 책이라면 안 그래도 정말로 질색했는데 무협지나 판타지 소설을 읽어도 눈에 들어올까 말까 한 상태에서 고전소설이라니! 무려 <데미안> 이라니! 나의 처참한 독서력과 문해력도 문제였지만 당시 번역본의 번역 문체도 나의 독서 여행을 방해하는 데에 한몫 제대로 했다. 절대 핑계는 아니다.
이러한 아픈 기억을 가진 상태에서 당시 나이의 두배 이상을 먹은 지금, 32살의 내가 다시 한번 이 책에 도전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데미안>은 여전히 나에게 어렵고도 난해한 책이었다. 내용을 정말 한 줄로 요약하자면 신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온 데미안이 싱클레어를 만난 후 정신적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담은 성장 소설이다. 자신이 맞다고 믿었던 내용들이 사실은 진리가 아니며, 그러한 내용들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맞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것은 틀리다고 생각할 수 있음을 데미안은 싱클레어로부터 깨닫게 되는데, 이것이 소설 <데미안>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사상이다.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보자면, 이 책이 과연 어린 시절 성장해 가는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물음표다. 산타는 없다던 유치원 형은 <데미안>이라는 책에서 싱클레어와도 같다. 사람들에게는 무언가를 진정으로 깨닫게 되는 시기가 존재한다. 그 사실은 인생을 살면서 득이 되는 사실일 수도 있고 실이 되는 사실일 수도 있다. '사람은 때때로 작은 거짓말을 칠 수도 있다.'와 같은 작은 사실부터 '모든 사람은 여러 욕구를 가지고 있고 그중 성욕이라는 것이 존재한다.'와 같은 다소 충격적인 사실까지 말이다. 이러한 사실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면서 청소년에서부터 시야가 점점 넓어서 우리는 성인으로 성장해 간다. 앞에서 강조한 '자연스럽게'라는 면에서 보았을 때 <데미안>이라는 책이라는 책은 다소 '자연스럽지 않게' 이 사실들을 깨닫게 해 준다고 생각하며, 이러한 의미에서 청소년들에게 득이 될는지는 나에게는 아직까지는 미지수이다.
소설 <데미안>은 근래 읽었던 소설 중에 가장 아름다운 문장으로 내용을 풀어나가는 소설이었다. 소설의 작가인 헤르만 헤세는 개인적인 경험을 비유적인 언어와 함께 그 경험을 잘 묘사하는 상징주의를 잘 버무려 집필하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고 사람들은 평한다. 실제로 소설을 읽을 때 차분하면서도 절제된 문장과 어구 덕분에 내 마음도 편안해짐을 실제로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데미안>을 읽는 성인들은 아마 나의 어린 시절로 되돌아 보게 될 것이고 앞으로 내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에 대해 고민을 해보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나름의 내 인생의 과제였던 <데미안> 완독하기는 성공적으로 끝난 것 같아 뭔가 큰 매듭이 하나 지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소박한 성취감을 느끼게 되었다. 헤르만 헤세의 책이 나에게 꽤 잘 맞는 것 같아, 다음 책은 <싯다르타>를 한번 읽어봐야겠다 다짐하며 포스팅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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