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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BOOK REVIEW] #21 : 고래 - 천명관

관리자 2023. 6. 1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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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고래』
     - 천명관
개인 평점:  ★★★★★
한줄평: 비현실적 내용 속에서 현실성을 찾게 되는 비극소설

저번 달이었던가, 세계 3대 문학상인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천명관 작가의 소설 <고래>가 올랐다는 기사를 접했었다. 마침 '다음 책은 어떤 책을 읽을까? 소설을 읽고 싶은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타이밍과 겹쳐 바로 이북(e-book)을 구매해 소설 <고래>의 첫 페이지를 펼치게 되었다.

<고래>는 세 등장인물에 대한 일대기를 다루며 이 셋 모두 여성이다. 첫 시작은 주인공인 '춘희'이 감옥에서 출소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이윽고 '노파' 중심의 이야기로 이어져, '춘희'의 엄마인 '금복'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소설의 서사가 진행된다. 서로 아예 다른 독립사건이라고 생각되었던 '노파'와 '금복'의 이야기의 줄기는 소설이 진행됨에 따라 하나의 줄기로 합쳐져 점철되고, 이 줄기는 크게 뻗어 '춘희'의 서사로 소설은 마무리된다.

세 여성이 겪는 삶은 그리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말 그대로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인생을 살아나가는 그들은 비록 삶의 마무리는 비극적이지만, 그 과정을 살펴보면 굉장히 흥미롭다. '그것이 ~의 법칙이다.'라는 문장과 함께 필연적이면서 당연한 사건이 발발하기도 하며, 세상의 법칙을 거슬러 비현실적인 일이 말도 안 되는 타이밍에 우연찮게 발생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우리 인생이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이를 세 등장인물을 통해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나는 때로는 크게 웃기도 하고, 약간의 미소 또는 실소를 짓기도 하고, 어떠한 장면에서는 눈을 찌푸리고 온몸에 소름이 돋기도 했는데, 한 권의 책에서 이렇게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게 <고래>는 참 다채로운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은 비극소설이다. 주인공에 몰입한 나는 제발 주인공에게 행복한 일만 있기를 기도했는데 결론은 그렇지 않았다. 특히 각 주인공이 비극을 맞이하는 각각의 장면들은 비극 그 자체다. 인생에는 항상 행복함 만이 있을 수는 없고, 영화처럼 항상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는 없기에 오히려 비현실적인 사건들과 표현을 통해 현실을 잘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들을 보면 소설이 굉장히 무겁고 어두울 것 같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소설 중간 중간 천명관 작가의 위트 넘치는 표현들 덕분에 무겁고 잔인한 장면에서 독자를 웃게 만들었다. 기실 어이없어서 웃은 거기는 하지만. 또 괜찮았던 점은 사건을 질질 끌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스터리 소설이나 스릴러 영화를 보면 어떤 사건을 놓고 작가나 감독이 거기에 숨겨진 사실을 꽁꽁 숨겨두고 마지막에 터뜨리는 '사건 - 결과'의 순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반면, <고래>는 '결과 - 사건'의 순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현대 사회의 콘텐츠에 절어진 나에게 이러한 플롯의 형태는 꽤 편안함을 가져다주었다.

마지막으로 소설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 한글에 이렇게 다채롭고 다양한 표현이 있던가 하는 것이다. 그간 한국소설을 읽으면서 사전을 들여다보는 경우는 없었는데,<고래>를 읽는 동안에는 수 없이 사전을 꺼내 들었다. 우리나라 말에 이런 단어가 있었나 싶다. 비록 일상 구어체로는 잘 쓰이지 않는 어휘기는 했지만 한글의 위대함을 깨달음과 더불어 내 어휘력에 개탄을 금치 못했다.
 
아무튼 간만에 긴 장편소설을 읽으면서 약 한 달 간 출퇴근시간 그리고 점심 시간에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비록 부커상을 수상하지는 못하셨으나 나에게 좋은 책을 읽을 수 있게 해주신 천명관 작가님에 감사를 표혐과 더불어, 신선한 내용과 함께 술술 읽히는 장편소설을 읽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하며 포스팅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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