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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BOOK REVIEW] #23 : 채식주의자 - 한강

관리자 2023. 7. 10.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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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채식주의자』
     - 한강
개인 평점:  ★★★
한줄평: 이 책 채식주의 관련 책 아니에요.

 
「채식주의자」. 제목만 놓고 보면 아주 밝고 명랑하며 푸릇푸릇하면서도 건강한 느낌이 드는 소설이다. 하지만 소설의 첫 다섯 장만 읽어봐도 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는 그와 정반대 되는 소설임을 직감할 수 있다.

지난번 부커상 후보에 올랐던 소설 「고래」를 읽고 혹시 국내에 부커상을 받은 작품이 있나 검색해 보았는데,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2016년도에 맨부커상을 수상했다는 뉴스 기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부커상을 받는 작품은 어떤 작품일까, 부커상을 수상하지 못한 「고래」와는 어떤 차별점이 있을까 생각이 들어 채식주의자의 첫 장을 펼쳤다.

소설은 총 3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장은 같은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세 명의 인물들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소설을 '연작 소설이라고 하는구나...) 각 장의 제목은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이며, 각 장은 순서대로 영혜, 영혜의 언니의 남편, 영혜의 언니가 화자로 진행된다. 1장 '채식주의자'에서는 어떠한 계기로 채식을 시작하는 영혜와 이를 탐탁지 못해 하는 영혜의 남편을 포함한 주변인들 간의 사건을 다룬다. 2장 '몽고반점'에서는 영혜의 친언니의 남편의 시선을 담았다. 영상 촬영을 업으로 삼는 영혜의 남편은 앞서 말한 영혜의 주변인이며, 그가 어떤 사건으로 영혜와 엮이게 된다. 마지막 3장 '나무 불꽃'은 영혜의 언니의 시선을 담고 소설은 마무리가 된다.

* 여기서부터는 조금의 스포가 담겨있다.

솔직히 소설을 읽는 내내 다소 불편함이 있었다. 특히 2장이 가히 최근 읽은 소설들 중 가장 불편했다고 할 수 있다. 처제와 형부라는 부적절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사건. 아무리 예술의 영역이라고 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고, 지금도 작가의 의도를 잘 모르겠다. 뿐만 아니라 1장과 3장도 작가가 무얼 전달하고자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을 조금 정리해보려고 한다. 그냥 기록용으로.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이 점은 2장의 화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떤 것도 그의 욕망을 채워주지 못한 상황에서, 그는 아내의 여동생이 몽고반점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녀를 촬영하기만을 원한다. 그 뒤로는 그녀가 다른 남자와 한 몸이 되는 것을 원한다. 그러고 그는 자신이 그녀와 한 몸이 되기를 원한다. 이처럼 욕망은 끝이 없고 그 욕망을 계속해서 채워나가면 어떻게 되는지의 비극을 보여준다.

1장과 3장에서는 두 여자의 삶을 그려내면서 그들이 미쳐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비록 정말 미쳐버린 여자는 영혜였지만, 영혜와 영혜 언니의 남편이 먼저 미쳐버렸기 때문에 영혜의 언니는 제정신을 잘 지킬 수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순서의 문제였던 것 같다. 그런데 이들은 왜 정신이 미쳐버렸던 (또는 미쳐버릴 수 있었던) 걸까? 개인적으로 영혜의 채식주의는 '물리적인 정신병'이고 영혜 언니의 미쳐버림은 '사회적인 정신병'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영혜는 정말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람이며, 소설의 표현을 따르면 무미건조한 사람이고, 영혜의 언니는 영혜와 반대로 다채로우며 화장품 가게를 몇 개나 운영하면서 세 가족과 함께 아주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다. 영혜가 미쳐버린 것의 계기는 하나의 꿈이며, 이 꿈을 통해 육식을 금하고 심지어 소설의 말미에서는 햇빛으로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식물이 되어버림으로써 목숨이라는 지푸라기를 간신히 붙잡고 있다. 반면 영혜의 언니는 본인의 삶을 잘 살아가다가 문득 본인의 처지를 바로 보고 어느 순간 무너져버린다. 심지어 자신의 여동생과 남편의 부적절한 관계를 보기 이전에 말이다. 여동생과 남편으로 본인이 무너져버리는 것이 저지되었던 것뿐, 결국 그녀도 자신의 동생과 동일하게 미쳐버릴 수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여동생을 그만 보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을 보면, 본인의 허망한 삶을 동생을 보며 위로하고 동생에게 자신의 짐을 덜어놓을 수 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채식주의자」를 읽고 나서 일부러 전문가들의 감상평과 해석을 찾아보지 않았다. 혼자 책을 곱씹고 작가의 의도를 생각해보고 나서 전문가의 평 그리고 한강 작가의 해설을 듣고 싶었던 나름의 스스로에 대한 제약인 것인데, 이제 이 포스팅을 발행함으로써 이러한 제약은 사라졌고, 퇴근길에 작가의 의도를 들어보려고 한다. 더불어, 기회가 되면 한강 작가의 다른 소설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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