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사피엔스 (Sapiens)』
- 유발 하라리 (Yuval Noah Harari)
한줄평: 호모 사피엔스라는 인류를 통해 바라보는 우리 인류의 역사
이전에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읽고 역사에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작가 유발 하라리가 『총, 균, 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해서인지, 『총, 균, 쇠』 를 읽고 나니 추천 도서에 『사피엔스』 가 떴고, 그것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사피엔스』 도 워낙 유명한 책이었고, 책 『총, 균, 쇠』 의 내용이 따끈따끈하게 기억날 때 읽어야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독서를 시작했고, 3주 정도에 걸쳐 완독했다.
『사피엔스』 라는 책의 제목은 '호모 사피엔스'에서부터 지어졌다고 한다. 책에서는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호모 사피엔스'라는 인류의 한 종족으로 바라본다. 책은 크게 1부 인지 혁명, 2부 농업 혁명, 3부 인류의 통합, 4부 과학 혁명으로 총 4개의 꼭지로 이루어져있다.
1부 인지 혁명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인류의 여러 종족, 예를 들어 호모 에렉투스나 호모 하빌리스들은 번성하지 못했지만 호모 사피엔스라는 인류 종족 만이 번성하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그 이유는 사피엔스의 '상상력'에 있다고 말한다. 사피엔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믿을 수 있는 상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개체들이 모여있을 때 그들 만의 부족, 국가, 종교 등을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다. 이때 작가가 예시를 든 것이 푸조라는 회사다. 푸조 회사를 창립자가 사망한 이후에도 푸조라는 회사가 존립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사피엔스의 상상력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이 작가가 말하는 인지 혁명이다.
2부 농업 혁명에서는 사피엔스가 농업을 시작한 것이 사피엔스 번성의 2차 혁명이라고 설명한다. 조금 인상 깊었던 것은 농업으로 인해 인류의 불행이 시작됐다는 것. 인류는 그전까지 수렵과 채집 활동을 통해 먹고 살았다. 흔히 수렵 채집하면서 살았을 때는 인류가 매일매일 사냥해야 하고 사냥에 실패하면 굶게되어 사망하는 불행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수렵 채집 당시 먹을 동물들이 정말 많았고 하물며 사냥에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근처 개울가나 바닷가에서 생선을 잡아먹으면 그만이었다. 오히려 농업 사회보다 영양적으로 봤을 때 균형이 잡힌 생활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농업 생활이 시작됨에 따라, 인류는 매일매일을 노동에 시달리고, 흉년에 대비해 미리 많은 양을 수확하게 되었고, 이는 결국 고된 노동으로 이어진다. 많은 밥을 먹게 됨에 따라 인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폭발적으로 증가한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또 고된 노동을 해야 한다. 작가는 이것을 사피엔스가 빠진 함정이라고 했다.
물론 농업을 통해 얻은 것은 많다. 많은 인구가 농업 활동을 함에 따라 잉여 생산물이 생겼고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소수의 왕, 관료, 사제, 예술가 등이 나타나게 되어 문화 발전에 이바지 했다. 또한 농업 생활에 필요했던 수량 기록, 생산량 계산과 같은 활동을 위해 문자가 발달하게 되었다.
3부 인류의 통합에서는 인간이 농업 혁명 이후 사회적, 경제적 구조를 형성하면서 문화, 종교, 정치 체제를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을 다룬다. 특히, '허구'의 개념이 등장하며, 인간이 신념이나 이념, 법과 경제 체계를 공유하는 능력 덕분에 대규모 협력과 사회를 이루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발전은 과학 혁명과 산업 혁명으로 이어져 인간 사회는 급격히 변화하고, 자연과 인간의 관계도 재편성된다. 작가는 인간의 진화와 사회적 진보가 때로는 불평등과 환경적 위기를 초래했다고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또한 대규모 사회를 이룬 것이 제국주의 등장의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작가는 이러한 제국주의를 나쁘게 보지는 않고, 결과적으로 피지배 문명의 발전을 가져왔다고 설명하기도 하는데 이 부분이 흥미로웠다.
4부 과학 혁명에서는 과학 혁명이 인간 사회에 미친 영향을 다룬다. 하라리는 16세기 이후 과학적 탐구와 발견이 인간의 세계관을 어떻게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는지 설명한다. 과학 혁명은 인간이 '무지의 인정'을 시작하게 만든 전환점이었고, 이는 실험과 관찰을 통해 자연 법칙을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졌다. 또한 과학 혁명은 자본주의와 산업 혁명과 결합되어 기술 발전과 경제적 성장을 이끌었으며, 인간의 삶과 사고방식에 전례 없는 변화를 가져왔다. 이 과정에서 과학은 신학과 전통적 권위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권력과 지식 구조를 만들어갔다.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환경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하라리는 과학 혁명이 인류에게 더 큰 권력과 복지를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과 환경적 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사피엔스』 는 이전에 읽었던 『총, 균, 쇠』 보다 훨씬 더 대중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읽기에도 훨씬 수월했고, 내용도 『총, 균, 쇠』 만큼 상대적으로 아주 깊이 다루지는 않아서 부담도 없었던 것 같다.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서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꼭 다시 한번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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