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서는 191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의 F1 헬멧의 역사, 그리고 1952년 최초로 헬멧 착용이 의무화되었다는 것까지 살펴봤다.
이번 포스팅에서 또한 이어서 1950년대부터의 F1 헬멧의 역사에 대해 살펴보자. 레쯔-고오!
1957년, Bell 사 500TX 등장
헬멧이 대량생산되기 시작한 해는 1954년이다. 이후 여러 헬멧들이 개발되었으나 안전 기준을 만족하지는 못했다.
1957년, Snell Standard를 만족하는 첫 모터레이싱 헬멧이 개발된다. 이름하여, 벨 헬멧 컴퍼니(Bell Helmet Company)에서 제작한 500TX.
Bell 사의 500TX의 모양은 기존 헬멧과는 다르게 머리의 아래 쪽까지 즉, 귀와 후두부까지 덮어주는 형태를 띤다.
500TX는 당시 가장 머리를 보호하는 데에 효과적인 디자인이었고, 특히 앞서 말한 것과 같이 Snell로부터 인증 받은 첫번째 헬멧인 것에 큰 의미가 있다.
Snell Foundation
Snell Foundation은 1957년 설립되었다. 당시 드라이버였던 윌리엄 피트 스넬(William Pete Snell)이 차량 사고로 인해 머리에 충격을 받아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Snell Foundation은 이 사고를 기림과 동시에 더욱 더 안전한 모터스포츠 헬멧의 기준을 확립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현재까지도 Snell Foundation은 헬멧 보호와 관련한 연구와 개발의 선두주자이며, 더불어 전세계 모터스포츠의 안전 기준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포뮬러원의 경우 FIA 자체 규정을 따르고 있기는 하지만, 2015년까지 Snell의 기준을 참고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Snell은 여전히 헬멧 안전 관련하여 명실상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제가...
Snell Foundation의 인증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Bell 사의 500TX의 사진을 보면 뭔가 디자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전히 헬멧의 얼굴 부에 큰 구멍이 있다는 것이다. 여러 포뮬러원 사고를 생각하면 최대한 얼굴을 보호해야 하는데, 이곳이 안전 면에서 굉장히 취약했다.
이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1968년, Full Face 헬멧의 등장
얼굴에 먼지나 파편(Debris)이 튀거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드라이버들은 면, 가죽, 치마, 마스크 등과 같은 것들을 오랫동안 사용했었다.
1968년, 드디어 포뮬러원에 풀 페이스 헬멧(Full Face Helmet)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르네상스 드라이버인 댄 거니(Dan Gurney)는 최초로 F1 경기에서 풀 페이스 헬멧을 쓰고 경기에 출전했다.
이 디자인은 더트 바이커(Dirt Biker)들이 사용하던 것에서 파생된 헬멧이다. 당시 더트 바이커들은 경기 중 몸에 좋지 않은 먼지나 모래, 돌맹이들을 삼키지 않으려고 엄청난 노력을 했던 사람들이기에 얼굴 보호에 진심이었다. 이전 포스팅에서 언급한 대로 모터사이클 스포츠가 헬멧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는데, 이러한 풀 페이스 헬멧 또한 모터사이클 스포츠 덕에 개발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이러한 풀 페이스 헬멧은 나오자마자 조롱거리가 되었다. 안전을 위해 개발된 것인데 심미적인 면에서 상대적으로 요상했기 때문이다. 마치 최근 포뮬러원 차량 바디에 해일로(Halo)가 부착되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풀 페이스 헬멧은 사람들로부터 실컷 조롱을 받았으나, F1 드라이버들 사이에서 새로운 하나의 안전 기준이 되었다. 파편(Debris)으로 부터 얼굴을 보호하고 사고로 얼굴 앞에 있는 스티어링 휠이나 차량 섀시에 부딪히는 경우 뺨이나 턱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67년, 노멕스(Nomex)의 등장
재작년인 2020년, 팀 하스(Haas)의 드라이버 그로장(Grosjean)이 겪은 화재 사고와 같이, 최근까지도 화재가 한 드라이버의 목숨을 좌지우지했다. 현대에도 화재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는데, 화재와 관련된 안전 장치나 소재가 없던 1950년대에서 1960년대 당시에는 화재로 인해 많은 인명 피해가 있었다.
사람의 몸의 경우 차량 내부에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보호가 되었는데, 오픈 카인 포뮬러원 차량 특성 상 머리 보호가 쉽지 않았다. 특히 당시 헬멧의 안감(lining, 라이닝)이나 패딩(padding)은 불에 잘 붙는 성질을 띄었다.
모터스포츠가 화재로 인해 안전을 위협 받고 있을 무렵, 1967년 당시 화학 섬유의 붐이 일어났었다. 이때 노멕스(Nomex)라는 섬유 재질이 세상에 처음 공개됐다.
노멕스(Nomex)는 헬멧에 라이닝이나 패딩에 사용될 수 있는 재질이었다. 노멕스(Nomex)는 일종의 인공 섬유인데, 잘 짜서 천으로 만들 수 있었다.
노멕스(Nomex)는 불에 잘 타지 않는 성질을 띠기 때문에, 불이 붙더라도 재빠르게 화재 진압이 가능했다.
게다가 또한 열전도율도 낮다. 이는 불로부터 발생되는 열이 노멕스(Nomex)를 타고 쉽게 이동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이 덕분에 헬멧이 꽤나 강한 열에 노출되어 있어도 헬멧 안에 있는 머리는 상대적으로 다른 재질을 사용했을 때보다 꽤나 긴 시간동안 드라이버들이 뜨거움을 느끼지 못할 수 있었다.
헬멧이 얼굴 전부를 가리지는 못했지만, 이 노멕스(Nomex) 덕분에 드라이버들은 화재로부터 어느 정도 안전을 보장받게 되었다.
다음 포스팅에 이어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