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소년이 온다』
- 한강
한줄평: 책을 꺼내 읽을 때마다 마음이 먹먹해졌다. 잊지 말자 광주. 잊지 말자 전두광.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 아시아 여성 최초 노벨 문학상 수상자. 대한민국 여성 최초 노벨상 수상자. 한강 작가의 책을 처음 접한 것은 작년인 2023년이다. 2016년도에 맨부커상 수상작인 『채식주의자』를 통해 한강 작가의 소설을 처음 읽게 되었다. 그 책을 읽었을 당시에는 꽤나 난해하고 불편했던 내용 덕분에(?)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한강 작가는 그러한 '폭력성'을 다루는 작품을 많이 써왔다고 하더라.
『소년이 온다』 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주제로 하고 있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있다. 1장 <어린 새>는 시위 중 친구 '정대'를 잃은 후 친구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던 중 학교 강당에서 시체 수습을 하게 된 중학교 3학년인 '동호'에게 하는 이야기다. 2장 <검은 숨>은 광주 시위대를 진압하는 군인에게서 총을 맞고 목숨을 잃게 되어 '정대'의 시점으로 '정대'의 혼이 몸에서 빠져 나오면서 느끼는 생각들을 다룬다. 3장 <일곱 개의 뺨>은 '동호'와 함께 시체 수습을 했던 '은숙'이 '진수'가 이끌었던 학생 민주화 시위에 참여하지 못한 후회를 안고 출판사에 취직하여 힙겹게 살아가는 모습을 다룬다. 출판사에서 부정한 내용을 담은 희곡 출간을 도왔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7대의 뺨을 맞게 되는데, 맞았던 7대의 뺨마다 어떤 한 순간 순간을 회상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4장 <쇠와 피>에서는 학생 시위를 맡은 '진수'와 함께 감옥에 수감되었던 '어떤 대학생'의 이야기를 다룬다. 5장 <밤의 눈동자>는 '동호', '은숙'과 함께 시체 수습을 했던 '선주'가 경찰에 연행된 후에 하혈이 멈추지 않는 고문을 당한 뒤 끔찍한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다룬다. 6장 <꽃 핀 쪽으로>에서는 '동호의 어머니'의 시점으로 '동호'가 죽은 이후의 가족의 삶의 모습을 다룬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책을 집필했을 당시 한강 작가 본인의 시점으로 보인다.
예전 <화려한 휴가> 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동일하게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참극을 다루는 영화인데 당시 영화를 봤을 때 저 날의 광주는 절대 잊어서는 안 되겠다고 다짐했던 기억이 있다. 책 『소년이 온다』 를 읽었을 때에도 동일한 생각이 들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쇠봉을 휘두르고, 아무 이유 없이 그저 시위대 근처를 지나간다는 이유만으로 총으로 쏴죽이고, 수감된 대학생의 거짓 자백을 끌어내기 위해 볼펜으로 손가락 사이를 뼈가 보일 정도로 짓누르고, 여성 수감자의 아래에 총신을 넣어 마구 휘젓고, 시위하던 학생들이 순순히 손을 들고 학교 강당을 빠져 나오며 항복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목숨을 앗아갔던 전두환 정권. 상상만 해도 너무 끔찍하다.
『소년이 온다』 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겪은 광주 시민들의 하나 하나의 감정을 극도로 세심하게 다룬다. 각 등장인물이 있던 공간, 그들이 그 순간 느꼈던 행복, 성취감, 분노와 같은 감정들. 책을 읽는 내내 그 모습이 머리 속에 그려져 감탄하면서 책을 읽었다. 이러한 묘사 덕에 각 인물들에 몰입했고, 그 때문인지 책을 읽으려고 펼칠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솔직한 마음으로 내가 이 책이 노벨 문학상을 받을 만한 작품인지 판단은 못한다. 하지만 확실한 건 한강 작가가 전부터 다루려고 했던 '인간의 폭력성'이 절실하게 표현이 됐다고 느꼈다. 일본 치하 하에 살았던 대한민국 국민들, 실제 전두환 정권 아래에서 고통 받았던 우리 국민들은 그 '인간의 폭력성'을 잘 알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 뿐만 아니라 서양 사람들도 느끼기는 매한가지 일 것이다. 히틀러 정권 아래의 유대인들, 이스라엘의 침공을 받고 있는 팔레스타인 시민들, 제국주의라는 사상 아래에 지배 받았던 모든 식민국가들의 국민들 또한 같은 감정을 느끼고 공감하지 않았을까. 노벨 재단에서 또한 한강 작가가 표현하려는 그 '인간의 폭력성'을 공감했을 것이고, 한강 작가가 계속해서 집필해왔단 작품들의 주제의 연속성을 보고 상을 수여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읽으면 행복한 감정이 느껴지고 웃음이 절로 나오는 소설이 있다. 한편으로 읽는 내내 먹먹하고 인상이 찌푸려지는 소설이 있다. 세상이 항상 밝은 면 만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때때로는 세상의 어두운 면을 직시하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다. 두 소설의 차이점은 그것이지만, 공통점은 모두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는 점이다. 그게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그런 감정을 작가가 쓴 작품을 통해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 소설을 읽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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